옛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형벌법규에 위헌을 결정했다면 해당 조항은 처음 입법된 때부터 소급해 무효가 되고, 해당 조항을 적용받아 유죄가 확정된 판결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급적용 문제를 놓고 헌재가 위헌 결정 전에는 합헌으로 판단해 정당성을 인정한 형벌 조항까지 무작정 처음부터 무효라고 보는 것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8일 이모씨가 '형벌조항에 대한 헌재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한 헌재법 제47조 3항 단서'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는 헌재의 결정을 통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합헌임이 인정된 형벌 조항에 대해 소급효(소급적용 효과)를 제한해 그동안 쌓아 온 규범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헌으로 평가된 법률의 효력을 전부 부인하면 끊임없이 개별 규범의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고 효력이 재검토되는 상황에서 법집행의 지속성과 안정성이 깨지고 국가형벌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헌재가 지난해 2월 간통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자신의 간통죄 유죄 판결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씨는 1988년 5월 간통죄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간통죄에 대한 마지막 합헌 결정이 있었던 날의 다음날인 2008년 10월 31일부터 간통죄의 효력이 상실됐으며, 이씨에게는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씨가 간통죄 유죄를 선고받은 날까지는 간통죄 위헌 결정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항고하고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