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사진=장슬기 기자]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산업은행이 자본확충 방안과 관련해 "현재 제시되고 있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발행보다는 사실상 증자가 더 낫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3일 "산업은행은 해마다 코코본드를 발행해 자본를 확충해왔다"며 "(코코본드 발행 후)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산은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증자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코코본드는 채권으로 발행되지만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채권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발행기관의 이자 지불이 불가피하다.
이 관계자는 또한 "산은은 재작년 7000억원, 지난해 7000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이미 1조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올해 발행하는 코코본드는 매년 발행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기업 구조조정만을 위한 자본확충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추가 발행 계획에 대해선 "현재 이미 의결된 규모는 1조원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규모가 있다면 정부 및 금융당국 등과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의논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현재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3% 수준이다. BIS가 권고하는 기준치 14%는 충족하고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 여력을 위해 추가로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주장이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간담회를 통해 "구조조정과정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라며 "산업은행의 경우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산은 관계자는 "코코본드 외에 거론되고 있는 산업금융채권의 한은 매입은 유동성 부분을 늘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 확충을 필요로 하는 산은에게는 사실상 도움이 안 된다"며 "시장에서 봤을 때 자본확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재정이든 한은의 출자든 직접적인 증자인데, 다소 우회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직접 산은에 출자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추경편성을 통해 산은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은 측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구조조정으로 인해 산은의 BIS 비율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치를 먼저 파악한 후 자본확충 방안이 논의돼야 하는데, 우려되는 규모는 나오지 않고 방안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과정이 거꾸로 흘러가는 분위기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