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엄앵란♥신성일, '사랑과 전쟁' 아닌 진짜 '사랑'

2016-05-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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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에 엄앵란(위 왼쪽)과 신성일 부부가 출연했다[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배우 엄앵란과 신성일 부부의 속내가 공개됐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됐던 가십성 이야기가 아닌 진짜 52년차 부부의 갈등과 화해가 절절하게 브라운관을 타고 전해졌다.

2일 오후 MBC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사랑'에서는 52년차 부부 엄앵란과 신성일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결혼 52년 가운데 약 40년을 별거하고 지낸 이들 부부는 엄앵란의 유방암을 계기로 비로소 다시 처음의 마음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엄앵란은 한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런 암 진단에도 의연한 면모를 보였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이미 겨드랑이 쪽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였던 것. 결국 엄앵란은 한쪽 가슴을 도려내는 선택을 해야 했다.
 

'휴먼다큐 사랑'에서 엄앵란(위 오른쪽)이 유방암 수술 과정을 공개했다[사진=MBC 방송 화면 캡처]


이때 수술실 밖을 지킨 건 신성일이었다. 외도와 무리한 영화 제작으로 인한 가산 탕진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만큼 많은 일들로 아내의 속을 썩였던 그는 이제 아픈 아내의 곁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방송 내내 신성일은 "엄앵란이 예쁘다"는 말을 계속했다.

물론 엄앵란은 이런 남편을 100% 믿지는 않는다. "이제 신성일이 돌아왔다"는 제작진의 말에 "언제는 안 돌아왔느냐. 들락날락해서 그렇지"라고 대꾸하는 그에게선 모질었던 50여 년 결혼생활의 풍파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신성일은 묵묵히 아내의 잠자리를 봐 주고 휠체어를 직접 밀고 병원에 갔다. 지난 세월들을 하루아침에 돌이키겠다는 무모함은 없었다. "자는 거, 먹는 거, 나가는 거, 나한테 말 안 하고 친구들하고 여행가는 거"라며 남편과 안 맞는 점을 줄줄이 열거하는 엄앵란도 신성일의 꾸준함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식장 안팎에 모인 4000여 명의 인파로 일대 교통이 마비됐던 화려한 결혼식. 하지만 이들 부부가 원했던 건 그런 화려함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었다. 엄앵란은 신성일이 교도소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교도관이 노란 꽃 한 송이를 주더라. '교도소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밖에 나올 수 없었던 신성일이 마련한 결혼기념일 선물이었다.

엄앵란은 "그때 그 장미를 받고 신성일에게 '여보 너무 고마워. 이제 죽을 때까지 결혼기념일 선물은 하지 마. 안 받을 거야'라고 하며 울었다. 그때 처음 합심한 기분이었다. 그때 진짜 결혼이란 걸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작은 장미 한 송이 같은 엄앵란 신성일 부부의 사랑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처럼 평범해서 더 친근했고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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