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 선정작인 '우리 손자 베스트'가 눈에 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수현 감독은 2004년 장편 데뷔작 '귀여워'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후 '창피해'(2004),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2012) 등의 작품으로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해왔다. 김수현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인 '우리 손자 베스트'는 ‘키보드 워리어’ 청년 교환과 ‘애국보수’ 노인 정수의 비범한 관계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모색한다.
월드 시네마의 너른 지형을 만화경처럼 보여주는 ‘월드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도 주목해야한다. '르 물랭'은 1930년대의 대만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대만 최초의 근대예술가 그룹인 르 물랑 시인회를 다룬다. 배우로도 유명한 디에고 루나의 연출작 '미스터 피그'는 노년에 접어든 농부가 아끼는 돼지 ‘하워드’와 함께 하는 여정을 다룬 로드무비다. '열 번째 남자'는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다니엘 부르만의 신작이다. 영화는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애증의 부자관계를 다룬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야외상영작 '미국에서 온 모리스'와 한국경쟁작 '최악의 여자', ‘시네마페스트’ 작품 '배우로 산다'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 온 모리스'는 독일로 이주한 흑인 소년 모리스의 성장영화지만, 흔한 성장영화의 문법을 좇진 않는 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최악의 여자'는 관계에 얽매여 허우적거리는 인간 군상들을 묘사하고, '배우로 산다'는 만년 단역 배우 카메오카를 통해 무명 배우의 분투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