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정책 나비효과? 연정 구성 실패하는 PIIGS의 악몽

2016-04-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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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지난 2010년 이후 대규모 국가부채로 인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를 불러 일으켰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가 정치에서도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긴축정책으로 민심을 잃으면서 연립정부가 구성되지 않고 정국이 표류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긴축 정책을 추진했던 집권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11일 만에 실각했던 포르투갈과 긴축 완화 정책을 앞세운 신생 좌파정당이 부상했던 그리스에 이어 이번에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집권당이 차례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 스페인, 4개월의 대장정 실패...6월 재선거

일간 엘파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국왕과 각 정당 지도자들은 오는 6월 26일 재선거를 치르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지난해 12월 총선을 치른 후 4개월 여 동안 각 당이 연정 구성에 힘을 쏟아왔지만 결국 뜻을 모으지 못했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총선이 다시 치러지더라도 현재의 의석수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123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서겠지만 여전히 단독 정부 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총선 당시 정원 350석 중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와 중도 우파 시우다다노스(C's)가 각각 69석과 40석을 차지하면서 양당 체제 붕괴라는 이변이 일어났다. 집권 국민당(PP)이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과도한 긴축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유로존 내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은 2012년 7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조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경제 개혁와 긴축 정책이 시행되면서 실업률은 20%를 넘고 빈부 격차는 심화됐다. 1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2014년 기준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올려뒀지만 돌아선 민심까지는 되돌리지 못했다. '긴축 완화' 기조를 앞세운 신생정당 포데모스가 약진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 아일랜드 정치도 안갯속...'수도세'가 관건

아일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총선을 치른 아일랜드에서는 집권당인 통일아일랜드당(FG)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 100년 가까이 주류 세력이었던 통일아일랜드당이 의석 절반을 차지하지 못한 건 영국에서 독립한 1921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총선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벗어난 뒤 처음 치러졌다. 아일랜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국제채권단으로부터 850억 유로를 지원받았다.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통해 3년 만에 구제금융을 벗어났다. 그러나 긴축 정책으로 복지 체계가 무너지고 주택난과 실업률이 가중되자 민심의 불만이 커졌다. ​

전체 의석 수가 158석인 만큼 과반인 79석을 차지해야 집권당이 될 수 있지만 그 어떤 정당도 과반을 넘지 못해 단독 정부가 구성되지 못했다. 차기 총리가 선출되지 않고 2개월 동안 식물국회가 계속되자 의석 50석을 얻은 통일아일랜드당(FG)은 최후의 수단을 내놨다. 의석 44석을 얻은 중도 좌파인 공화당(FF)과의 연립정부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정반대의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두 정당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립 이후 '80년만에 역사적인 회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RTE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당은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입장을 좁히고 있으나 수도세를 두고 공방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수백년간 물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통일아일랜드당은 세수를 충원해야 한다면서 지난 2014년 수도세를 처음 신설했다. 수질 관리 관련 법률과 세금 부과 시스템 등이 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터 부과하면서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수도세 부과 백지화 카드까지 나온다면 통일아일랜드당의 완전한 패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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