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장[사진=삼성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 기자 = '웃고, 미소짓고, 윙크하고'.
재계 곳곳에서 업황부진과 실적악화,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치면서 대기업들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고 우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사장단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응대했다.
27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비로 들어선 사장들은 취재진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네이비 컬러의 패션이 주를 이뤘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전략 스마트폰 '갤력시S7'의 판매 상황을 묻자, 구체적인 답변 대신 “하하하”하며 크게 웃었다. 만족스러울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갤럭시S7 시리즈의 첫 달 판매량이 전작인 갤럭시S6 시리즈보다 25% 많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또 3월 11일 출시된 후 한 달간 갤럭시S7의 출하량이 10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이날 오후로 발표가 예정된 1분기 실적에 대한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윙크’로 답했다. 경기 부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업의 특성상 쉽지는 않지만 자구 노력을 통해 희망적인 성과를 거뒀음을 의미한다.
이선종 삼성벤처투자 사장 역시 기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 뒤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세리프TV에 대한 반응을 묻자 "좋다”고 짧게 말했다. 구체적인 판매량 수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디자인’에 방점을 둔 세리프TV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세리프TV는 지난해 9월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자신의 말을 인용해 “삼성의 사업재편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렇게 말한 적 없다. 확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사업재편이 추가로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6’에 기조 연설자로 참석하는 관계로 이날 회의에는 불참했다.
이같은 삼성 사장단의 자신감은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 호조 및 애플의 부진'과도 궤를 같이 한다.
애플은 이날 2016 회계연도(FY) 2분기 전체 매출(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이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505억6000만 달러(58조11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3년 봄 이후 처음이다. 아이폰 판매량은 512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00만대 이상 줄었다. 2007년 아이폰1 발매 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8일 1분기 실적 확정치를 발표한다. 지난 7일 발표한 잠정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이 49조원,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 10.4% 증가했다. 확정치는 이보다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발표 시기마다 늘 애플에 비교열위에 있던 삼성전자는 오랜만에 각광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사장단 회의에는 드론 연구의 1세대라 불리는 심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무인항공기와 무인자동차에 대해 강연을 했다. 삼성그룹은 인공지능(AI)을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강연이 기존사업의 AI 적용, AI를 활용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