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요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AI 라는 용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소프트웨어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AI의 인기는 식을줄 모른다. 인류와 AI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에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고, 800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유튜브에서 세기의 대결을 지켜봤다.
그러나 우리는 AI 붐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곱씹어 봐야한다. 이번 AI 붐은 '제3차 붐'이다. 이 말은 과거 두 번 AI 붐이 일었지만 사그라들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는 얘기다.
AI가 탄생한 1950년대에 첫 번째 붐이 도래했다. 당시 AI는 퍼즐과 간단한 게임을 풀 정도여서 실용성이 떨어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1980년대에 맞은 두 번째 AI 붐은 전문가의 지식을 AI에 심어 행동과 판단의 규칙으로 학습시키고, 그 규칙 범위 내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 했지만, 인간이 규칙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그 활용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약점이 노출되자 열기가 사그라졌다.
세 번째로 도래한 이번 AI 붐이 과거와 다른 점은 바로 '딥러닝(심층학습)'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AI 스스로가 관계성과 특징을 찾아 학습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딥러닝 기술은 음성, 영상, 언어처리라는 3가지 분야에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또 다시 붐에 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의 신기술 딥러닝을 개척한 1인자로 꼽히는 얀 렌쿤 페이스북 AI연구소장(뉴욕대 교수)은 "최근 일고 있는 AI 붐에서 딥러닝은 틀림없이 과잉 홍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려는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 단계에 있어 실제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과장되게 홍보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얀 렌쿤 소장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징후다. 과거 두 번의 붐에서 더이상 AI를 발전시키지 못해 실패한 이유가 바로 지나친 기대를 갖게 한 반작용이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는 "인간의 뇌처럼 움직이는 칩이나 대뇌피질처럼 움직이는 알고리즘이라는 것도 과잉 홍보된 것 중 하나로 IBM을 포함한 복수의 기업이 이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증명된 바 없는 기술"이라 잘라 말했다.
한 전문가는 딥러닝에 대해 "경험적으로 학습시켜 정밀도를 아무리 높여도, 어디선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그 원인을 찾기가 매우 어렵고, 언제 틀릴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며 "AI는 블랙박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네 번째 대결에서 패배한 구글딥마인드팀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라면 코드를 추적해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딥러닝은 블랙박스와 같아 알고리즘을 찾기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30년 만에 찾아 온 AI 붐을 과거의 신기루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와 연구자, 언론이 AI에 과도한 홍보를 삼가야 한다. 개발자들은 일반인이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부터 연구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