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1일 낮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새누리당 상임고문단과의 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16.4.21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새누리당은 엄연히 19대 국회에선 최대 의석을 확보한 원내 제1당이지만, 총선 참패 이후 ‘자중지란’으로 사실상 정국 운영에 손을 놓고 있다.
19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21일 개의했지만, 새누리당은 벌써 며칠 째 당직자 공개일정도 대변인 논평도 없는 ‘식물 여당’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 등 최고위원들은 사퇴와 동시에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지만, 당내 쇄신파(새누리당 혁신모임) 의원들이 이에 반기를 들면서 당 내홍이 깊어졌다.
당초 비대위원장직을 수행, 비대위를 꾸리려던 원 원내대표는 예상보다 격해진 쇄신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결국 ‘대표 권한대행’이라며 대외적 직위를 달리했다.
‘선장 없는 새누리호’의 리더십 부재 상황은 당선인 총회가 열리는 5월 초 새로운 원내대표단이 꾸려질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비대위 또한 새 원내사령탑을 주축으로 꾸려질 예정이라, 이때까지 새누리당은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원내1당으로서 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당장 박근혜 정부의 숙원 과제인 ‘노동개혁’부터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실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국회를 찾아 원 원내대표에게 노동개혁법의 처리를 당부했지만, 당은 “밀어붙일 상황이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앞서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동도 여당 지도부들이 사퇴하면서 기약 없이 취소됐다.
새누리당이 넋 놓고 있는 사이 두 야당에게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정책 이슈마저 선점 당했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추진 중인 4대 개혁에 ‘산업 개혁’을 추가해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에 발맞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20일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동안 야권에서 금기(禁忌)시 했던 기업 구조조정을 먼저 꺼내든 것은 수권 정당을 노리는 두 야당의 전략적 선언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총선 패배 이후 ‘아노미(혼돈)’ 상태에 빠져 경제정책 비전제시 타이밍마저 놓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자초한 ‘식물여당’의 굴레를 타개할 복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선 참패에도 친박(친박근혜)계나 비박(비박근혜)계 모두 계파별 이해관계를 따지며 차기 당권을 숨죽여 노리고 있을 뿐이다. 실제 친박이든, 비박이든 현재 3선 이상 중진 의원 가운데 원내대표 경선이나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가운데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은 임시국회 개회 엿새 뒤인 27일에나 회동을 갖고 무(無)쟁점법안부터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당초 25일 회동 예정이었으나,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호남 방문 계획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다. 이미 여당이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빼앗긴 모양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