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1단계 정년연장 적용대상 기업(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300개를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의 기업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로 나타났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형으로 개편한 기업은 23.7%로 더 적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둘 다 못했다고 답한 기업도 절반인 46.0%에 육박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정년연장 시행 후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 등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년연장법 통과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문화 했지만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에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70년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고 1998년에야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1997년 일정연령대 승급정지(43.8%), △직책정년제 도입(37.6%) △일정연령 이후 임금삭감(32.4%) 등 기업들이 정년연장 충격을 흡수할 보완장치를 마련한 것을 확인한 이후에 제도화함으로써 부작용을 방지한 것이다.
보완장치 없이 시행된 정년연장의 악영향은 청년일자리에도 미쳤다.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42.3%는 ‘정년연장으로 신규채용 축소가 불가피 하다’고 답했다. 올해 정년연장 대상 근로자가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52.0%, 올해엔 대상자가 없는 기업의 경우에도 이 비율이 35.6%로 나타났다.
김인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을 위축시킬 것 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고용의 신진대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구시대적 임금체계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일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계가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