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등 극우성향 보수단체들이 일당을 주고 북한이탈주민들을 관제집회에 동원했고, 이 자금 중 일부를 전경련이 지원했다는 정황에 이어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위안부 합의 지지 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주간지 시사저널은 어버이연합 핵심인사의 증언을 통해 “청와대가 올해 초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과 관련해 지지 집회를 어버이연합에 지시했는데 (어버이연합이) 이를 거부했다”며 “그런 이유로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을 못마땅하게 여겨 공격을 하는 것 같다”고 폭로했다.
이 인사는 집회를 지시한 인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소속 국민소통비서관실의 H행정관을 지목했다.
시사저널은 H행정관이 보수성향의 탈북단체들을 사실상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단체 대표는 시사저널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탈북단체가 주도한 집회가 있었는데, 이 때 H행정관을 처음 만났고 이후에도 수차례 만났다. 청와대로 직접 찾아가 H행정관을 만난 적도 있다. 행정관이 탈북단체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1일 이같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나온 '시사저널'의 보도내용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대변인은 해당 행정관에게 집회 지시 여부를 직접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는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정 대변인은 정정보도 요청 등 후속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다”면서 “지켜보자”며 말을 아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8일에 설립된 단체로, 주로 노인들이 가입한 정치적으로 극우성향의 단체다. 집회 등을 통한 정치적 활동에 매우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외무장관의 합의 지지 등 정치사회 쟁점마다 친정부·친여당의 목소리를 내는 집회를 주도해 왔다.
그동안 노인단체가 기민하고 치밀하게 집회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대해 일각에서는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집회를 개최해온 어버이연합이 집회 개최 비용과 인력 동원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또 집회 예정 장소를 콕 찍어 사전 알박기 행위를 하는 등 치밀하게 집회를 계획한 점 등이 '배후설'을 증폭시킨 가장 큰 이유다.
앞서 JTBC는 지난 19일 보도를 통해 전경련이 지난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한 기독교선교복지재단 명의 통장에 세 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송금했으며, 이 재단의 해당 통장과 현금카드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관리한다고 밝혔다.
해당 통장에선 추씨에게 1750만원, 탈북단체 대표 김모씨에게 2900만원이 송금됐다. 추씨는 빌려준 돈을 받은 것이라고 차명계좌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선교복지재단은 전경련이 돈을 입금하기 이미 수년 전에 문을 닫은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은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정치 개입"이라며 "자금 집행 경위와 배후 세력이 있는지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21일 전경련 자금 지원 부분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향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