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폭풍] 20대 국회 메머드급 약속 쏟아져… 헛공약에 복지 흔들린다

2016-04-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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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불분명한 재원 조달 방안… 대부분 선심성" 비판 거세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경기지역 모 후보의 유세장에서 시민들이 후보의 유세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승훈·조득균 기자 = 지난 4·13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다채로운 복지·사회 공약이 쏟아졌다. 부모와 자녀를 둔 중간 연령(40~50대)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다수 포진됐다. 복지 부문의 공약을 살펴보면 영유아·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청소년·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경감, 노인·어르신 빈곤문제 해소 등 정당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연령대별 맞춤형으로 내놓아 중요 유권자 층을 공략하도록 짜여졌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하는 지각변동으로 야당의 복지공약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 전망,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 측 심적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절대적으로 측면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당수가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못해 헛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서 “사실상 하지 않겠다”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같은 공약을 실현하는데 드는 비용은 새누리당 56조원, 더민주 148조원, 국민의당 46조원, 정의당 38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약 288조원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정부 예산이 386조원인 점을 가만하면 75% 가량이 그야말로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이 또다시 강조되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각기 정당이 내세운 주요 복지·사회 공약을 나누면 새누리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선별적 복지를 펴고 있다. 예컨대 임신·출산·육아 관련 '원스톱 서비스'나 영아종일제 돌봄 등은 2013년 대선 때 발표돼 현 정부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가동 중으로 단순 확대하겠다는 다짐에 그친다. 아이돌봄 연령을 현행 생후 2년에서 3년으로 12개월 늘리겠다는 것 역시 추진되고 있어 '재탕 정책'이란 논란이 거세다.

일부 보편적 복지 실현을 알린 더민주는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미취업 청년에 6개월간 월 50만원씩 취업활동비 지원 △국공립대 등록금 사립대의 3분의 1로 인하 등으로 정리했다. 원내 제3당으로 존재감이 커진 국민의당은 "노인 빈곤 제로시대를 개척하겠다"면서 △만 65세 이상 노인에 차등없이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 △간호·간병 서비스 확대 △지방교육 재정교부율 인상 등을 내걸었다.

특히 저출산 대책의 경우 내년 대선과 맞물려 향후 정치권이 무분별한 정책을 남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대표적 경우다. 새누리당이 독일의 '마더센터'를 표방한 '한국식 마더센터' 설립 제안은 세부적 예산 등을 어떻게 마련해, 집행할 것인지의 입장이 결여됐다. 그러면서 국민 부담을 늘리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표심잡기에만 몰두했다.

더민주는 저출산의 해법이 성평등 실현에 있다고 결론지으면서도 구체성, 측정 및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내놓지는 못했고, 국민의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대외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식 나열 공약'에 대해 냉담한 분위기다. 요약하면 포퓰리즘을 의식한 '헛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판론을 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복지 분야에는 정부의 결정과 국회 심의를 통해 반드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런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세운 공약은 포퓰리즘에 입각한 거짓 공약이나 다름없다"면서 "내용의 가치성이나 구체성과 그 어떠한 실효성 하나 없이 옛 정책을 재탕·삼탕하는 건 유권자를 현혹시키고 국가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남 팀장은 이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내세운 청년고용할당제의 민간기업 의무고용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민간기업으로 확대한다는 건 의문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0대 국회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내세운 다양한 공약들은 허점 투성이다. 3~4년 안에 최저임금제를 1만원 안팎으로 올리겠다는 것은 터무니 없다"면서 "올해 최저임금제가 6030원으로 지난해 5580원과 비교하면 8%(450원) 인상률을 보이는 실정인데 당장 구상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어르신 일자리 수를 50만개로 창출한다는 공약은 앞선 대선에서도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유명무실했던 것"이라며 "국회의원 후보들은 무슨 생각으로 유사한 아니 똑같은 공약들을 들고서 국민 앞에 섰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경기지역 모 후보의 유세장에서 시민들이 후보의 유세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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