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통화정책, 타이밍 중요…나서야할 때 나설 것"

2016-04-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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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한은의 역할론과 관련해 "(한은이) 나서야 할 시점이라 판단되면 나설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정책적 효과를 볼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실물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화적에 대한 정도의 차이이지 실물경제 회복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효과를 볼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구조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이 병행돼야 효과가 있다는 게 확고한 스탠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금통위에서는 하성근 위원이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판 양적완화' 방법론에 대해 언급했는데 구조조정 지원에 언제 나서겠다는 뜻인가?
-양적완화라는 표현에 대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통화량을 늘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와는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서도 관심을 가지고 필요할 경우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조조정 재원을 조달하는 데 애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경색이 생기거나 우량한 기업조차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완화적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가?
-미국 워싱턴에서 통화정책, 재정정책은 신중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통화·재정정책의 원론적 상황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실질 기준금리 수준이나 유동성 상황, 여러 금융 변수를 조합한 금융지수 등으로 완화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여러 지표를 비교해서 판단하면 지금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앞두고 있는데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거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원·달러 환율이 어떤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결과를 가정해서 언급하는 것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판 양적완화'와 관련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규모가 명확해지면 한은이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미인가?
-한은이 구조조정을 지원하더라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중앙은행의 기본원칙 내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채권 매입 외에 증자도 논의되고 있는데 타당성이 있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은의 지원을 전제로 한다면 출자나 직접 인수는 제한돼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산은의 재원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4·13 총선 결과 한국판 양적완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기준금리를 낮추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선진국에서 취하는 것과 달리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라는 것인데 그 의미라면 금리 인하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수정하면서 지난 1월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지난 1분기 실적이 1월에 예상했던 것에 미치지 못한 점, 유가 하락 등의 이유로 인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세계 교역 신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이 주된 이유다. 다만 2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2개월간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연초부터 대외부분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중국의 성장세가 보다 둔화되고 있고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었다. 최근 불확실성이 완화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는 시장에서 더 점진적인 것으로 보고 있고 유가도 최근 40달러 내외까지 오르는 등 반등하는 모습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근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통화정책만으론 균형 있는 성장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배경은?
-공동 합의문에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 잡힌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며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번 회의에만 있었던 문구가 아니라 2월 공동선언문에도 있었다. 거듭 강조를 한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시작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신흥국까지 확산됐다. 글로벌 위기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기대했던 효과보다 저성장·저물가 기조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일시적인 요인보다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도 통화정책만이 아닌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이 함께해야 한다는 게 명백한 교훈이다. 그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재정정책과 구조조정이 불충분한 데서 강조한 내용이다. 선진국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는 모든 신흥국에 던지는 메시지였다.

◆3월 금통위 의사록에 원화가 일부 국가의 대리 통화로 대규모 매도됐다고 했는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가?
-환율 변동 요인이 무엇이든 단기간에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앙은행의 책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쏠림현상이 있다면 유의 깊게 지켜보겠다.

◆3월 경기지표가 소폭 반등하면서 '경기 바닥론'이 제기되는데 동의하는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주요 전망기관의 전망을 보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국제유가도 큰 폭의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고 있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우리 경제도 1분기에는 부진했지만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면밀히 지켜보도록 하겠다.

◆한국판 양적완화와 관련해 구체적 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가 있었나?
-한은은 금리라든가 통화량 조절, 대출 정책 등 여러 수단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구조조정 등의 큰 문제에 나설 상황이 되면 별도의 수단을 떠나 지금 현재 수단으로도 적합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기본적으로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 문제점에 대한 진단, 처방 등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발언하다보면 뉘앙스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 장관의 발언은 가능한 정책을 망라해 성장세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아직 한은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발언한 것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라는 요구인데 그것은 분명 아니다.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산은이 필요한 재원 조달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이 나설 상황이 아니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금리 수준이 완화적인 것은 분명하다. 얼마나 완화적인가의 문제이지 지금 수준은 완화적이다. 실물경제 수준을 제약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1.5%다. 금리 인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인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금리 결정 시에는 기대효과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같이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금리효과는 효과를 볼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도 통화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고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구조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같이 가는 게 효과가 있다는 게 금통위의 확고한 스탠스다.

◆정부 주도의 부양책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 동의 없이 기준금리가 경기 부양책으로 유일하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 진원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높아졌다. 미국이 제로금리에 이어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유럽 역시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하면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일본도 동참했다. 많은 신흥국도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해왔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완화정책을 취한 나라의 성장세가 미약하고 저물가에 직면해있는데, 그 원인이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도 그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재정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한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구조조정 정책,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을 못 따라준 게 사실이다.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전반적인 정책이 같이 갈 때 효과가 있다는 게 금통위 스탠스다. 물론 중앙은행 정책 결정이 가장 빠를 수도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같이 갈 때에만 경제 주체들에게 신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통위 의결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표현들이 있는데 이유는?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해보니 성장과 물가면에서는 과거보다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 반면에 금융안정면에서 리스크는 줄어들었다는 판단에 기초해서 표현했다. '충분히' 대신 '성장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라는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 쓰지 않았다. 완화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이 같은 표현을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부양에 대한 한은의 역할과 관련해 타이밍을 강조했는데 언제로 봐야하는가?
-금리를 조정하면 기대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놓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처럼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그에 따라 국내 금융 시장 변동성이 높은, 일반적으로 불안정성이 높을 때에는 통화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아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원칙 아니겠는가. 기축통화국도 아닌 상황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클 때에는 어떤 이슈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정책여력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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