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카카오가 2500억원짜리 공짜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하면서 재무적 부담도 동시에 덜게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편입되는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카카오는 지난 11일 2500억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도, 만기 전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카카오가 돈 한 푼들이지 않고 발행에 성공한 것은 회사의 높은 안정성 때문이다. 코스닥 시총 2위인 카카오의 시총규모는 약 6조9000억원이다.
카카오는 연초 1조8700억원을 주고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인 멜론을 보유한 로엔은 뚜렷한 시장 경쟁사도 없는 상황이라 카카오에 든든한 캐시카우가 돼 줄 전망이다.
다만 로엔 인수로 자산 5조원을 넘으면서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는 한편 인수가에 따른 자금조달에도 고심해야 했던 카카오다.
그러나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에 유리한 조건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 관련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전환사채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인수했다. 주로 제1·2금융권에서 안정적 투자를 원하는 곳에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곳 외에는 카카오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통상 할인으로 발행되는 전환사채지만 카카오의 경우 지난 15일 종가 기준(10만1200원)으로도 15.68% 더 비싸기 때문이다. 카카오 전환가액은 12만14원이다.
카카오는 여기에 전환사채 발행으로 재무적 부담도 덜게 됐다. 채권으로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경우 추후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부채에서 자본으로의 변경이 자연스레 이뤄진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돈을 갚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해 가져가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추후 카카오가 또다시 전환사채에 발행에 나설 경우에 사모발행으로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사모 발행에 성공했지만, 이같은 조건으로 추후 나설 경우 기관투자자 소화는 불가능 할 것"이라며 "사모에서 공모발행으로 나설 경우 이러한 문제가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