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박용만 “기업 변신에 정답이란 없다”

2016-04-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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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69)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사진=두산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의 변신에 있어 교과서적인 정답은 없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은 국내 최고(最古) 기업 두산그룹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도록 만든 주인공이다.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그룹의 주력사업은 두 차례 바뀌었다. 두산의 모태가 되는 박승직상점은 포목점이 주력사업이었고, 연강(連崗) 박두병 회장 시절에는 식음료였다.

박용만 회장이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1996년부터다. 식음료 등 소비재 사업이 성장 정체를 맞이하던 그 때, 두산은 여타 대기업에 앞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연봉제·팀제 도입 등을 통해 연공서열의 조직을 능력·성과위주로 바꿨고, 소비재 사업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고통의 과정은 말로 이룰 수 없었지만 미래를 위해 소신있게 추진해 나갔다. 덕분에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발을 전후해 다수의 대기업이 무너지고 자금난을 겪었지만 두산그룹은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이겨낼 수 있었다. 두산을 비난했던 이들도 선제적 구조조정의 결과에 박수를 보냈다.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두산그룹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4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에는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차례로 인수하며 사업 구조를 중공업 위주로 탈바꿈시켰다. 2007년에는 밥캣(현 두산밥캣) 인수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박용만 회장은 인수·합병(M&A) 전담팀을 이끌며 이들 작업을 주도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조30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 22조원으로 급증했다.

연강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난 박용만 회장은 한국외환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두산건설에 입사해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건설 회장,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을 거쳐 2012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용만 회장은 소비재 중심이었던 두산의 기업구조를 바꾸는데 M&A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그룹이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초심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박 회장은 “지난 세월 두산의 변신 과정을 돌이켜보면 처음에 왜 변신을 시작했던가, 목적한 바가 무엇이었나를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이 주효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변신을 해도 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고 했다.

기업을 인수하면 외형이 많이 커지기 마련이다. 100억 원짜리 회사가 6개월간 30억 원짜리 회사 3개를 인수할 경우 연말에 재무제표를 보면 외형이 90% 커지고 이익과 자산도 늘어난다. 비록 대차대조표에서 부채가 늘어 기업의 건전도가 낮아지지만, 기업을 인수하는 회사로선 외형 확대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결국 기업 인수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린다. 이 경우 사들인 회사들의 가치 증대가 이뤄지지 않은 채 건강하지 못한 기업이 늘어 리스크가 커지는데도 이를 간과하기 쉽다.

특히 두산처럼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한 회사는 더욱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박용만 회장은 미래를 위한 혁신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과감한 결단을 보여줬다.

박용만 회장은 2013년 8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해 정치·사회 가계와 재계의 소통 가교 역할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올해 장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줌으로써 아름다운 퇴장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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