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교차 투표’는 세대별·전략적 투표와 함께 4·13 총선거(총선)의 최대 변수였다. 교차 투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달리 선택하는 유권자 표심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지역구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자를 선택하지만, 비례대표 후보자는 소수 정당에 표를 던진다. 일여다야(一與多野)의 절대적 한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123석), 국민의당이 제3당(38석)을 각각 차지한 결정적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총선의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 33.50%, 국민의당 26.74%, 더민주 25.54%, 정의당 7.23% 등으로 집계됐다.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새누리당은 17석, 국민의당과 더민주는 각각 13석, 정의당은 4석을 확보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총선 직전 여론조사와 정례조사 결과의 갭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4월 첫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9%, 더민주 21%, 국민의당 14%, 정의당 5%를 각각 기록했다.
총선에서 투표할 ‘지역구 후보’의 소속 정당을 물은 결과에선 새누리당 36%, 더민주 21%, 국민의당 10%, 정의당 2%였다. 반면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을 물은 결과에선 새누리당 36%, 더민주 18%, 국민의당 17%, 정의당 9% 등이었다.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과 총선 득표율의 차이가 없었던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총선 득표율이 더 높았다. 이는 통상적인 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은 부동층 일부를 흡수한 결과다. ‘공천 내전’에 내상을 입은 새누리당은 부동층을 흡수하기는커녕 지지층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지역구 후보자와 비례대표 정당의 지지율 수치를 보면, 새누리당은 36%로 동일했다. 더민주는 3%포인트 감소,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7%포인트 증가했다. 여론조사 당시에도 유권자들의 교차 투표 심리가 객관적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교차 투표의 최대 수혜자인 국민의당이 정당 득표율에서 더민주를 제치며 파란을 일으킨 결정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보수층+野 지지층, ‘교차+전략’ 투표
전략적 투표도 여야의 엇갈린 희비에 한몫했다. 국민의당이 압승을 거둔 호남의 투표율(광주 61.6%·전북 62.9%·전남 63.7%)은 전국 평균 투표율(58.0%)을 상회했다.
하지만 여권 텃밭의 붕괴가 일어난 대구(54.8%)와 경북(56.7%), 부산(55.4%), 울산(59.2%), 경남(57%) 등은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여권 지지층은 투표 거부, 야권 지지층은 전략적 투표로 각각 박근혜 정권을 심판한 셈이다.
세대별 투표율도 변수로 작용했다. 19대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36.2% △30대 43.3% △40대 54.1% △50대 65.1% △60대 이상 69.9%였다. KBS 출구조사의 20대 총선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49.4% △30대 49.5% △40대 53.4% △50대 65% △60대 이상 70.6%였다. 2030세대의 투표율 증가가 5060세대보다 높은 추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유권자의 교차 투표를 비롯해 전략적 투표와 세대 투표는 19대 대선은 물론 향후 선거판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한국갤럽의 4월 첫째 주 정례조사는 지난 4~6일(공표는 8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임의걸기)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8%였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