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압승이라는 성적을 거두면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당내 입지도 강화됐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전국적인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김 대표와 함께 사실상 '투트랙'으로 선거를 이끌었다. 하지만 야권의 핵심 기반이었던 호남을 국민의당에 뺏긴 점은 문 전 대표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확산하는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정면으로 맞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고 정계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총선 결과 호남에서 더민주는 28석 중 단 3석만을 가져갔다. 문 전 대표가 정치 생명까지 걸며 던진 승부수가 통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더민주를 원내 1당으로 이끌면서 리더십을 공고히 한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공적을 일부 평가했다. 향후 두 사람이 더민주의 권력 구도 재편과 야권 개편 과정에서 '역할 분담'을 이어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민심을 받들어 정권 교체의 길로 매진하겠다"면서 "더민주를 수권 정당으로 만들고, 최적의 대선 후보를 만들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부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바로 이어 문 전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께서도 고군분투, 수고하셨다"면서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가 수도권 승리와 영남에서의 선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해 문 전 대표의 역할론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지지에 힘입어 문 전 대표가 즉각 사퇴하지 않고 앞으로도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0대 총선 승리 바람을 타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로서는 야당의 핵심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지 회복을 위한 문 전 대표의 역할론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