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성골 KBS‧약 빤 SBS‧신들린 MBC…개표 방송 승자는?

2016-04-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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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진영·김은하 기자 = 선거 방송만큼 단조로운 게 또 있을까. 재료라고 해봐야 후보 분석, 개표 현황, 출구 조사 정도인데, 이걸로 드라마와 예능을 밀어내고 자정 넘은 시간까지 방송을 해야 한다. 똑같이 선거 방송을 트는 타사와의 경쟁도 치열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개 채널을 보유한 KBS는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태양의 후예’를 정상 편성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라는 소리다. 단순한 재료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으려는 지상파의 노력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그것만큼 눈물겨웠다.
 

KBS가 '개표방송 명가' 입지를 재확인했다[사진=KBS1 방송 화면 캡처]

△ 뉴스의 명가 KBS, 개표방송에서도 웃었다

시청률 측면에서는 KBS가 우위를 보였다. 14일 시청률 전문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방송된 KBS1 '총선국회의원선거개표방송' 시청률이 MBC, SBS보다 앞섰다.
KBS1 '총선국회의원선거개표방송'은 오후 3시 58분부터 진행됐다. 오후 5시 25분까지 방송된 1부는 3.3%(이하 전국기준)로 다소 낮았으나 이후 2부와 3부가 10.8%, 18.6% 시청률을 각각 기록하며 선전했다.

9시 뉴스 이후인 오후 9시 59분부터 재개된 개표방송 4부는 10.7% 시청률을, 5부는 4.7%를 나타냈다.

그 뒤는 MBC가 차지했다. MBC의 개표방송 '선택 2016'은 오후 5시 시작됐으며 '뉴스데스크' 역시 개표방송 특집으로 꾸며졌다. 1부를 4.0%로 시작한 MBC는 2부에서 시청률을 6.5%로 끌어올린 뒤 오후 8시부터 전파를 탄 3부에서는 7.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밤 12시까지 진행된 4부는 6.5%로 막을 내렸다.

SBS '국민의 선택'은 오전 9시부터 일찌감치 시청자들과 만났다. 1부의 시청률은 2.5%, 오후 4시부터 1시간 여 동안 방송된 2부는 1.5%로 다소 낮았다.

방송 3사가 모두 맞붙은 오후 5시부터 전파를 탄 3부에서 시청률을 3.8%까지 끌어올린 뒤 8뉴스 시간대에 방송된 4부에선 6%까지 치고 올라갔다. '국민의 선택' 5부와 6부의 시청률은 각각 4.5%, 5.8%였다.
 

SBS 개표 방송은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빛났다.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 열심히는 했는데…시청률도 예측력도 아쉬운 SBS

가장 열심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총선을 닷새 앞둔 8일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총선방송을 내보냈다. 30년 선거 방송 역사에 없던 일이다.

"정치의 맥락을 집어주겠다. 정당의 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수와 진보 대표 논객 전원책과 정봉주, 역사전문가 설민석을 내세워 'SBS 국민의 선택 프롤로그'를 준비했고, 김무성, 김종인, 안철수의 지략 대결을 요약한 총선 판 서사시 '총선 삼국지'도 틀었다. 지난 19대 총선 판세를 기초로 지난 4년간 각 당이 쌓아온 탈환 또는 수성 전략을 이야기로 엮어, 3D 지도와 전쟁 사극풍 실사 촬영을 통해 시각화한, 기획부터 완성까지 7개월이 걸린 '대작'이었다.

개표 현황을 전달할 때도 아이디어가 빛났다. 인터넷 강의하듯 출구조사 결과, 득표율 집계를 줄줄 읊어대는 전통을 게으르게 답습하지 않고, 후보를 가분수 캐릭터로 만들어 마라톤을 하게 했다.

선거 방송을 보면서 낄낄거리는 흔치 않은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과 무소속 유승민을 각각 '옥새의 난'과 '역린'이라고 표현했다. 새누리당 나경원에게는 '이제 민심이 피부로 느껴진다. 4선, 놓치지 않을 거예요', 김을동에게는 '똑똑한 여자는 밉상'이라며 자막을 씌울 때는 후보와 관련한 일화를 한 줄의 글귀로 전달하는 반짝거리는 재치에 무릎을 쳤다.

웹 방송에서는 '여야본색'이라는 제목으로 '여본'과 '야본' 두 개의 채널로 나눠 여당과 야당 지지자들을 각각 공략하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젊은이들은 "동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보다 더 웃기다" "SBS가 약 빨고 방송을 만드는 것 같다. 도핑테스트 해봐야 한다"며 열광했지만, 중장년층에게는 가볍고 산만해 보였나 보다.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중 꼴찌다. 그래도 괜찮다. 창대한 것의 시작은 종종 미약하다.

그럼에도 지상파 3사 중 선거 결과와 가장 멀리 떨어진 예측을 내놨다는 것은 감쌀 수 없는 허물이다.
 

MBC의 개표방송은 '정확도'의 승리였다[사진=MBC 제공]

△ MBC '스페셜M' 개표 결과 예측력 적중

MBC는 적중률에서 두각을 보였다. 투표가 종료된 13일 오후 6시 정각 방송 3사는 공동 출구조사를 진행했다. 3사 가운데 MBC는 야권의 선전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모두 122석을 차지했다. MBC는 새누리당의 예상의석을 118~136석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예상했다. KBS와 SBS는 각각 121~143석, 123~147석으로 예측했다.

야권 의석수에서도 MBC의 분석은 정확했다. MBC는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수를 각각 107~128석, 32~42석으로 예측했다. 두 당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123석, 38석을 차지했다. 반면 KBS는 더불어 민주당의 의석을 101~123석, 국민의당은 34~41석으로 내다봤다. SBS는 더불어 민주당 97~120석, 국민의당 31~43석으로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예측률을 보였다.

격전지의 개표 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당선 확률을 예측하는 스페셜M의 정확도도 높았다. 유독 격전지가 많았던 이번 선거에서 스페셜M은 개표 당시 뒤져 있던 후보라도 여러 상황을 종합해 당선확률에서는 더 높은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 같은 추정치는 비교적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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