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10일 현대차그룹의 채용 두 번째 관문인 인적성 HMAT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고. 오전 7시 30분 전부터 고사장 안내판 앞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응시생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채용고시’라 불리는 현대차 인적성 시험을 앞둔 응시생들은 현대차에서 제공한 생수를 받아들고 얼굴엔 긴장감을 가득 안은 채 일렬로 고사장 안에 들어섰다.
이날 잠실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실은 38개로 총 1123명이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시험이 진행되는 고사장을 잘못 찾은 응시생도 있었다. ‘잠실고’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 못한 응시생 A(28·남)씨는 “학교 이름이 비슷해 착각했다”며 3.1㎞ 이내 거리인 ‘잠신고’로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이동하기도 했다. 오전 8시 10분이 되자 정문은 굳게 닫혔으며 지각생 없이 HMAT이 시작됐다.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는 중복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같은 날 HMAT을 보기 때문에 결국 한 곳만 최종 응시할 수 있다. HMAT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크게 인성검사(112문항, 60분)와 5개 영역 적성검사(언어이해·논리판단·자료해석·정보추론·공간지각, 115문항, 140분)로 진행됐다. 현대차의 경우 역사 에세이 영역(30분)이 추가로 진행돼 평가 시간은 230분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의 HMAT는 삼성그룹의 GSAT, LG그룹의 LG웨이핏테스트 등 타기업 인적성 보다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특히 현대차 채용에서 역사 에세이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과 회사,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2013년 하반기 채용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오후 1시 50분께 점심시간도 없이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은 현대차에서 제공한 밥버거와 음료를 들고 차례로 귀가했다. 직원의 95%가 남성인 현대차답게 이날 응시생들도 남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에 시험 종료 후 여유로운 여자 화장실과 달리 남자 화장실만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9500명보다 채용 규모를 늘려 올해 1만명 이상 국내외 인턴과 경력직, 대졸공채를 채용할 예정이다. 응시생 A(27·여)씨는 “올해 상반기 인턴채용만 많고 정규직 채용은 드물어 원서를 10개 이하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현대차 인적성은 고용 난 속에 단비 같은 시험 기회였다”고 말했다.
역사에세이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이다. 르네상스의 의의와 영향에 대해 서술하는 것과 21세기에 어떠한 분야가 르네상스가 될 것인지 수험생들 자신만의 의견을 적으면 됐다. 응시생 B(28·남)씨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보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점적으로 썼다”며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자율주행차 등 중점 사업들을 연관지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응시생들은 공간지각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응시생 C(25·여)씨는 “시중에 나와 있는 인적성 교재에서도 주사위 문제 등이 나왔지만, 이번엔 새로운 유형으로 출제됐다”며 “필기구를 쓸 수도 없어 머릿속으로 생각하느라 시간이 훌쩍 갔다”고 말했다. 또 논리판단 문제도 지문이 길고 어려워 푸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HMAT에 합격한 응시생은 26일부터 예정된 1차 면접(핵심역량면접 및 직무역량면접)을 치르고, 5월 24일부터 2차 면접과 신체검사 등을 거쳐 6월께 최종 입사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