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60만달러)의 우승향방은 최종라운드 마지막홀에 이르기까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고보경)는 그린 주변 연못을 피해 레이업을 했다. 클럽을 떠난 볼(세번째 샷)은 큰 포물선을 그리더니 홀옆 40cm에 딱 멈췄다. 그린 주변 관중석에서 나온 큰 박수로 보아 ‘굿샷’임이 분명했다.
당시 리디아 고는 ‘다크 호스’ 아리야 주타누가른(태국)과 공동 선두였고, 세계랭킹 9위 전인지(하이트진로)는 1타차로 따라오고 있었다.
리디아 고 뒤에서 챔피언조로 플레이하던 주타누가른은 승부를 낼 셈이었던지, 드라이버샷에 힘이 들어갔다. 볼은 왼쪽 워터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승부의 추가 리디아 고로 기운 순간이었다.
메이저대회, 그것도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나온 리디아 고의 놀랄만한 샷은 왜 그가 세계랭킹 1위인지를 방증하고도 남았다.
리디아 고는 그 홀 버디로 4라운드합계 12언더파 276타(70·68·69·69)를 만들면서 전인지와 찰리 헐(잉글랜드)을 1타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우승 물꼬를 튼 리디아 고는 역대 최연소(18세11개월9일)로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2승째를 올렸다. 더욱 10대 때 메이저 2승을 거둔 여자선수는 리디아 고가 유일하다. 남녀를 통틀어서는 톰 모리스 주니어가 1869년 18세4개월의 나이로 메이저대회 최연소 2승 기록을 세웠다.
리디아 고는 이 대회 나흘동안 보기는 단 3개 기록했다. 특히 둘째날 네 번째홀(13번홀)에서 보기를 한 이후 대회가 끝날 때까지 무려 50홀동안 ‘노 보기’ 플레이를 펼쳤다. 우승상금은 39만달러(약 4억5000만원).
리디아 고는 2주전 JTBC 파운더스컵에서 2위, 지난주 KIA클래식에서 우승한 여세를 몰아 시즌 첫 메이저대회까지 휩쓸었다. 투어 통산 12승째다. 리디아 고는 2.84였던 박인비(KB금융그룹)와의 랭킹 포인트 차를 더 벌리고, 당분간 세계랭킹 1위를 질주할 태세를 갖췄다.
3라운드까지 리디아 고 및 주타누가른과 함께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였던 전인지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올시즌 미국 무대에 진출한 그는 지금까지 출전한 세 대회에서 모두 ‘톱3’에 들어 ‘슈퍼 루키’의 명성을 입증했다. 전인지는 데뷔전인 코츠 골프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위를 차지했으나 지난달초 부상으로 약 한 달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전인지는 나흘간 버디 숫자(16개)는 리디아 고(이글 1개, 버디 13개)보다 많았으나 보기도 리디아 고보다 2개를 더 쏟아냈다. 파5홀 스코어에서도 리디아 고는 8언더파, 전인지는 7언더파를 기록했다. 그 1타차가 최종 스코어 차이로 가름났다.
주타누가른은 후반 중반까지만 해도 2타차 단독선두여서 태국 선수 최초로 미LPGA투어 챔피언이 되는가 했으나 마지막 세 홀에서 보기를 쏟아내고 4위(합계 10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주타누가른은 2013년 미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2타차 선두를 달리다가 18번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하며 박인비에게 우승컵을 내준 기억이 있다.
3라운드 단독 선두 렉시 톰슨(미국)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5위, 박인비 박성현(넵스)은 8언더파 280타로 6위, 지난해 JLPGA투어 상금왕 이보미(혼마)와 유소연(하나금융그룹)은 7언더파 281타로 10위를 각각 기록했다. 톱10에 든 13명 가운데 한국선수들은 5명이었다.
김효주(롯데)는 합계 5언더파 283타로 공동 18위, 올시즌 2승을 거둔 장하나(비씨카드)는 2언더파 286타로 지난해 챔피언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등과 함께 36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