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비웃는 밴 리베이트...진화하는 이유는?

2016-04-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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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전운·한지연 기자 = 밴사들이 여전히 리베이트 거래를 자행, 금융당국의 단속을 비웃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가맹점은 리베이트를 받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 기준을 가맹점 본사에 적용할지, 각 가맹점에 적용할지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규제에 헛점이 노출된 것이다. 

또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이던 규제 기준을 10억원으로 내리기로 하고, 또 다시 감독규정을 3억원으로 개정키로 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도 사라진 상태다. 

현재 밴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2500억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철저한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만 그 혜택이 영세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월 결제 2000만건이면 3년간 600억 리베이트

밴사와 신용카드 가맹점 간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이유는 밴사들의 과당 경쟁 때문이다. 현재 17개사가 경쟁하면서 가맹점 유치를 위한 밴사들의 주도권 다툼은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밴사는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KIS정보통신 등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수수료는 지난 2014년 1조3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성장률이 두자릿수 이상이다.

리베이트 역시 밴사들이 그동안 카드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밴수수료의 10~20%에 지나지 않던 것이 현재는 70~80%까지 올라간 상태다.

결국 금융당국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밴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을 금지시켰다. 현금은 물론 현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리베이트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법으로 금지되면서 다양한 수법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회사는 법망을 피해 리베이트를 주고받기 위해 법무법인에 문의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밴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는 기본적으로 현금이 대부분이다. 밴사와 가맹점은 '정보이용료'라고 불리는 조항을 두고 계약 기간 및 평균 결제 건수를 산정해 초기에 일시불로 돈을 지급한다.

월별로 발생한 결제 건수를 정산해 매월 지급하는 방식도 있다. 평균적으로 알려진 리베이트 금액은 결제 1건당 50원~100원이다. 월 2000만건의 결제가 일어나는 대형 가맹점이 밴사와 3년간 계약한 후 결제 1건당 80원의 리베이트를 받게 되면 3년간 600억원에 육박하는 리베이트를 받는 셈이다.

현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가맹점의 결제 관련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경우 밴사가 이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또 관련 전산장비 및 카드 단말기를 무상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가맹점의 계약 기간 및 평균 결제 건수를 산정한 금액과 비슷한 현물이 제공되는 셈이다.

◇ 진화하는 리베이트 … 금융당국 제재에도 온갖 편법 동원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수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실제로 대형 가맹점들을 시스템 개발비, 계약연장, 전산유지보수비, 장비지원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챙기고 있다.

대형 가맹점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쓰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시스템 개발비 지원이다. 밴서비스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 제공을 허용해 대기업들이 현금 대신 장비지원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다.

가령 A사가 부담해야 하는 개발비가 1억원이라면 대형 가맹점에서는 2000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금액을 밴사가 개발업체에 따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이미 밴사과 개발사가 협의를 마쳐놓고, 대형 가맹점은 극히 일부만 지급한다. 

기존에는 밴사가 가맹본사에 직접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개발업체에 우회 지급하는 방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밴 대리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존에는 밴 본사가 가맹점을 직접 상대하며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간에 밴 대리점이 나선다. 밴사의 지원을 받은 밴 대리점은 밴사를 대신해 가맹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다.

수백여개에 이르는 대리점까지 금융당국이 일일히 조사하기 어려운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밴 대리점 관계자는 "이같은 방법은 금감원 조사가 나와도 밴 본사가 발뺌하면 적발하기 힘들다"며 "밴 대리점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리베이트 주체가 되면 영업이 용이하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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