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양자회담에서 북한ㆍ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작년 9월 3일 전승절 행사 이후 대략 7개월 만이다.
이날 한중 정상회담은 앞선 미중 정상회담의 지연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은 오후 4시57분에 시작했다.
시 주석이 먼저 도착해 회담장에서 기다렸고, 이어 박 대통령이 입장했다. 두 정상은 서로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국 정부 출범 후 한ㆍ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상호 존중과 신뢰라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평가했다. 이어 북핵 및 북한 문제 등의 도전 속에서도 양국간 공통 이해관계를 확대,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ㆍ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정상 차원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추가 도발 공세를 하는 가운데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은 양국 협력이 한반도는 물론 이 지역 평화와 안정확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면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먼저 지난 2월 5일 이뤄진 한중정상 통화를 언급하면서 "얼마 전에 우리가 전화 통화를 했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함으로써 상호이해를 증진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한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적으로 발효되면 양국발전을 위한 전략 협력이 이뤄질 것이다. 양자 인적왕래는 1천만명 시대에 접어든 이후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함께 지지하고 있는 팬더 공동연구사업이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고, 팬더들이 한국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1년의 계획은 봄에 달려있다. 우리의 이번 회동이 이른 봄 3월달에 성사됐다"며 "대통령님과 심도깊게 의견을 교환하고 중한 관계를 전면적으로 기획하며,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심화시키고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구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한중관계의 기본정신으로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 9월 박 대통령의 방중 때 한중정상이 진행한 단독오찬의 메뉴판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고, 박 대통령 사진 밑에는 '이심전심 무신불립'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북핵 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한동안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 박 대통령이 중국의 역할을 거듭 촉구한 바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무신불립을 강조한 것은 북핵대응 등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이 길어지면서 한중 정상회담은 애초 예정 시간인 4시를 훌쩍 넘긴 4시57분에 시작됐다. "양국 관계가 건강하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구할 것을 희망한다"(시 주석), "오늘이 7번째 회담으로, 그만큼 한중 관계가 밀접하고 중요하다는 것"(박 대통령)이라는 덕담 속에서 시작된 회담은 오후 6시17분에 종료됐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 만난 두 정상이 북한ㆍ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과 함께 한중 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하면서 회담 시간이 당초 계획인 1시간보다 20분 더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