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세민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보험학회의 보험지식포럼에서 '보장개시 후 2년이 경과한 피보험자의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특약상의 재해사망보상금 지급 여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자살은 재해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재해사망특약의 약관은 처음부터 전혀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약관에 있는 내용 자체를 해석할 필요조차 없다"며 "약관의 불명확성 문제는 논의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재해특약의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서 논란이 돼 온 부분은 특약의 약관에 있다.
대부분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상품의 약관에는 피해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도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단서가 달려 있다.
일반보험의 경우 생명보험사들은 이 단서에 따라 자살면책 기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생명보헙사들은 재해보상특약의 약관에 똑같이 표기된 단서에 대해서는 "2010년 표준약관을 개정하기 전에 실수로 포함된 것"이라며 자살을 재해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보상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가입자와 소비자단체들은 약관이 잘못됐더라도 작성자인 보험사가 잘못한 것이므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박 교수는 이 논란과 관련해 "판단의 출발점은 약관상의 '그렇지 않다'는 면책제한조항 문구의 해석이 아니고, 재해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했는가 여부"라며 "보험사의 면책이나 면책제한사유를 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약관이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문제인데, 출발점이 잘못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