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특정 정당 공약 언급 않겠다"

2016-03-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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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최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양적완화 발언에 대해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주열 총재에 대해서는 부진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비교적 안정감 있게 통화정책을 펼쳤다는 평가와 선제적 대응에 다소 미흡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부터 발생한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해 사상 최저치인 1.5%까지 낮췄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이 총재가 조만간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 이 총재 "올해 성장률 3% 하회할 수도"

이 총재는 이날 "최근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올해 성장률은 연초 전망했던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달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1월 올해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상반기 중에는 3.1%, 하반기 중에는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1~2월에도 수출 부진 지속, 내수 회복세 둔화 등으로 1분기 성장세가 연초 예상보다 약화된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반등하고 소비 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유가 반등으로 국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줄었고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 등으로 국내 금융 변수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던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에는 소폭 상승해 이에 따라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쳐 경제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의 경제상황이 선진국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부합되는 기준금리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표면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덜하다고 한은의 통화정책이 경제 회복세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거센 금리 인하 압박…다시 '비둘기파'로 돌아설까?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로 낮춘 이후 최근까지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올해 경제 성장률이 3.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출 때마다 곧이어 기준금리를 낮추는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의 간접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더해지면서 이 총재가 예상보다 빨리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이 총재는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터진 세월호·메르스 사태 등으로 위축된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통화정책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이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인하 효과를 이유로 다시 매파로 돌아선 모습이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저성장 기조 타파를 위한 공약으로 한은의 '한국판 통화완화정책(QE)' 추진을 주장하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9월 이 총재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별도 회동 이후 10월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최 부총리는 한은과의 공조에 대해 "척하면 척"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내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 금통위원 중 4명의 임기가 내달 종료되는 데다 총선 등을 고려해 당장 인하하기 힘들 경우 새 금통위원들의 첫 회의인 5월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특히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 후보자들의 경력을 고려하면 대부분 친(親)정부 성향의 인사라는 점에서 5월 금리 인하설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한편, 이 총재는 강봉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은이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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