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국내 산업계에서 3위 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1·2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도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 공략이 한창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 분야별 3위 업체들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대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3위 탈환’ 경쟁이 뜨겁다. 국내 내수시장 70% 점유율을 기록 중인 현대·기아차의 아성에 맞서 르노삼성차, 한국GM, 쌍용차가 각자 전략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르노삼성차는 현대·기아차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한국인 최초 르노삼성차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박동훈 신임 사장은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은 현대차가 짜놓은 놀이터”라며 “르노삼성만의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르노삼성만의 전략은 틈새 세그먼트 구축에 있다. 현대·기아차의 손이 뻗치지 않은 장르에 주목, QM3를 도입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소형 SUV 장르를 정착시켰다. 또 르노삼성차는 배달과 공공기관 시장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GM은 ‘경쟁’을 좋아하는 제임스김 사장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기존과 달리 올해 판매목표 19만1000대, 두 자릿수 성장률, 7개 차종 신차 발표 등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김 사장은 “경쟁자가 3등을 바라듯 우리도 2위를 하고 싶다”며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GM은 캡티바를 시작으로 신형 말리부, 순수 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세단의 라인업 대신 RV(레저용 차량)에 집중한다. 소형 SUV 티볼리의 등장은 해고와 파업으로 얼룩진 쌍용차를 극적으로 구했다. 올해는 롱보디 버전 ‘티볼리 에어’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내년에는 신형 렉스턴, 럭셔리 픽업트럭(프로젝트명 Q200) 등 쌍용차만의 라인업 형성에 힘을 싣고 있다.
타이어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의 ‘렌탈’ 사업이 눈에 띈다. 한국타이어는 티스테이션, 금호타이어는 타이어프로 등 전국 수백개 대리점에서 전문적인 타이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업계 3위라 1·2위 업체와는 규모의 경쟁에서 밀린다.
이에 넥센타이어는 타이어업계 최초로 지난해 9월 초기 투자를 줄이면서 상위 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기존 타이어 4개를 교체하면 100만원 이상 들었지만, 넥센타이어의 렌탈 서비스는 프리미엄급 타이어 1개당 월 렌탈료(3년 기준)가 2만300원이다. 불황의 그늘 속에서 넥센타이어는 렌탈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틈새전략으로 국내 저비용항공(LCC) 시장을 접수했다. 기존 대형사들과 달리 수하물 등을 유료서비스로 전환하며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한다.
이런 노력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2010년 1575억원 매출에서 지난해 6081억원을 기록해 6년 연속 앞자리를 바꾸며 연평균 25%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상장에 성공해 LCC업계 1등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을 제 3의 민항사로 도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