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두목이 되겠다’던 이승현, 오리온의 두목이 되다

2016-03-2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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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L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운이 좋은 것 같다.”

프로농구 최고의 무대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 빛난 이승현(24·고양 오리온)이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이룬 뒤 처음 던진 말이다.

행운. 플레이오프 우승과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프로 2년차 이승현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이승현은 노력으로 오리온을 14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120-86으로 완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했다.

오리온은 2001-02시즌 우승 이후 14년 만에 우승을 거머쥐며 그동안의 한(恨)을 풀었다. 그 중심에 이제 프로 신인 티를 벗은 이승현이 우뚝 서 있었다.

오리온은 공격적이고 개성 강한 선수들이 모인 화려한 팀이다. 조직력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약점도 갖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공·수에서 이승현이 있다면 달라진다.

이승현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 능력은 물론 지칠질 모르는 체력과 뚝심으로 궂은일까지 도맡는 전형적인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바로 오리온을 하나로 뭉쳐 더욱 빛나게 만든 원동력이다.

이승현은 “두 시즌 만에 우승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며 “신인 때 ‘KBL 두목이 되겠다’고 했는데, 이제 한 발짝 다가갔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이승현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약 30cm나 차이가 나는 KCC 최장신 센터 하승진을 온몸으로 막아낸 최고 수훈갑이었다. 이승현은 하승진을 막기 위해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하승진은 이승현 앞에서 쩔쩔맸다. KCC의 최대 강점이 사라진 결과였다.

이승현은 “작년부터 하승진 형을 맡아 자신감이 있었지만, 올 시즌 형의 몸이 정말 좋아져 힘들었다”며 “‘어떻게 잘 막을까’ 동영상을 보고 연구를 많이 했다. 그렇게 노력해 잘 막은 것 같다. 감독님이 믿고 맡기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 발짝 다가간 ‘KBL 두목’은 여전히 겸손했다. 이승현은 “난 아직 두목이 되기엔 부족함이 많은 선수”라며 “키가 작고 느리다는 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큰 선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해 더 보완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은 이미 KBL 두목에 성큼 다가갔다. 열심히 뛴 자, 쉴 자격도 있다. 이승현은 그저 “휴대폰을 꺼놓고 24시간 자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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