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감사(監事)할 때는 나부터 하시오.”
이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오래전 근무지를 옮기며, 감사 임무가 주어진 회사의 부하 직원에게 했던 당부다.
실제 감사 업무를 새로 맡은 임원에게 “감사할 때는 나부터 하라”고 말하곤 했는데, 깨끗한 경영을 위해 회사내 성역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효성에는 2010년부터 세워놓은 ‘효성 웨이(Hyosung Way)’가 있다. 조 회장의 경영방침을 집약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최고, 혁신, 책임, 신뢰’라는 네가지 핵심가치 아래 여덟가지 행동원칙을 모아놓았다.
특히 ‘신뢰’ 부분에는 ‘사실과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한다’는 행동원칙이 있는데, 이는 조 회장이 자주 강조하는 경영방침 중 하나다.
조 회장은 지난 2008년 신년 조회시 “내가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모든 것의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같이 공유하자는 말이다.”고 강조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하는 것을 중요시한 조 회장은 "업무를 하다 문제에 봉착했을때 혼자 숨어 고민할 것이 아니라, 다 드러내놓고 주변 사람의 지혜를 구해 해결하는 것이 답"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조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에 따른 성실한 능력을 보여줄 때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 믿었다.
이에 따라 1998년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해 그룹의 구조를 혁신하고, 사업부에 권한을 위임해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효성은 글로벌 외환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딛고,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글로벌 외환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성공적인 구조조정 결과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차세대 첨단소재인 폴리케톤을 개발하고, 전북 전주에 탄소섬유가공단지를 세우는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노력에도 앞서가고 있다.
조 회장은 효성 창업자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의 장남으로, 일본 와세다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을 전공했다.
1966년 회사 경영에 뛰어들어 1970년대부터 주력기업인 효성물산과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을 맡아 경영했다.
1981년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1983년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화섬과 중전기,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으로 효성의 내실과 외실을 키웠다.
조 회장은 재계에서 인정하는 국제경제 협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미재계회의와 한일경제인회의,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등의 리더로 한국경제와 국제협력 증진에 이바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