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취재 과정 내내 이상했다. 트러스트부동산이 위법 논란에 휩싸인 게 말이다. 법률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변호사 집단이 위법 논란에 휩싸인 건 위법 여부를 떠나 그들의 변호사 자격에 의구심이 들게 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연초 변호사 몇 명이 모여 만든 트러스트부동산이 출범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들이 실질적인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자문료 명목으로 최대 99만원을 받는 영업 방식을 표방했다.
논란의 초점은 이 수수료를 중개에 대한 대가로 봐야 하는 지, 법률 자문에 대한 수수료로 간주할 수 있는 지에 모아졌다.
트러스트 부동산측은 이을 법률자문료라고 주장했다. 말로 벌어먹고 사는 변호사들의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매물을 올리는 것을 알선으로 보고, 중개가 성사될 경우 수수료를 받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사실상 명백한 중개수수료기 때문이다.
변태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데 성매매는 손님과 안마사의 자율 의사고, 우리는 안마에 대한 서비스료만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법률적인 문제이니 기자보다는 변호사가 위법 여부를 더 잘 알 것이기 때문에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의 상식 넘어 세계엔 다른 법률적인 잣대가 있나보다 생각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공인중개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나서 관할 구청에 위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요점만 말하면 구청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모호한 회신을 하고 국토교통부에 공을 넘겼다.
최근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법을 근거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자가 중개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구청에 보냈다.
국토부 담당자에 전화를 걸어 ‘트러스트부동산의 영업 행위를 중개로 간주할 수 있느냐?’ 고 물었더니 “그 건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다만 “트러스트부동산의 영업을 알선으로 볼 수 있다면 중개로 간주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위법 소지가 많다”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이 추가로 돌아왔다.
그의 이어진 답변에서 트러스트부동산의 위법 논란은 막을 내렸다. 트러스트부동산은 공인중개업소고 변호사 집단, 즉 법무법인의 정확한 명칭은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였다. 같은 번지에 두 개의 법인이 등록돼 있다고 했다.
정확한 법인 형태를 차치하고 변호사 집단이 위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와의 연결 고리를 하나 만들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 문제가 훗날 법원으로 갈 경우 사실관계만 따지면 중개업소로 등록한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가 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말 그대로 자문을 하고 법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 완결됐다.
위법 논란 초기에 이 생각을 했었다. 공인중개사법이 위법 논란의 근거라면 그 법 요건을 형식적으로라도 맞추면 끝날 일이었다.
공승배 대표는 선후 관계를 떠나 그렇게 했다. 위법 논란 후 중개법인을 만들었든지는 적어도 법률적 판단에선 중요치 않다. 도덕적 잣대로는 다른 치수가 나올 수도 있지만.
언론과 구청, 국토부는 그 사실을 모른채 위법논란이란 이슈에 집중했고, 국토부는 ‘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애매한 말로 사실상 위법 판단을 내렸다. 의미 없는 이슈에 행정부와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이 한판 굿을 벌인 셈이다. 특히 국토부와 언론은 정확한 위법 논란의 대상도 모른채 헛발질을 한 꼴이 됐다. 판을 벌인 이는 누구고 춤을 춘 이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