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경찰]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22만명의 '고객 명단'을 만들어 관리한 성매매 알선조직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불특정 다수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조직 총책 김모(36)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채팅요원·성매매 여성 등 조직원 9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4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매매 여성들에게 채팅으로 만난 남자들과 회당 수십만원을 받고 5000여 차례 성관계를 맺도록 알선해 약 1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11년부터 성매매 알선을 시작해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끌어들여 운전과 채팅요원 등 역할을 맡게 했다. 조직이 커져 관리 및 수익금 배분에 어려움이 생기자 지난해부터 조직을 6개로 나눠 운영했다. 조직은 인터넷에서 남성을 유인하는 '채팅요원'부터 성매매 여성을 남성에게 태워다 주는 '운전요원' 등 분업 형태로 구성했다.
이번에 입건된 성매매 여성 39명 중 일부는 직업적 성매매 여성이 아닌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단속에 대비해 강남 일대 다세대주택을 월세로 임대해 2∼3개월 단위로 옮겨 다녔고, 사무실에 채팅요원들을 숙식시키면서 성매수남들을 유인하도록 했다.
채팅요원 및 성매매 여성들은 유흥업소 전문 구직 사이트에 광고를 내 모집하거나 기존 조직원들로부터 소개받았다. 경찰들과 친분이 있는 조직원 조모(42)씨를 통해 경찰들에게 뇌물을 주는 등 단속에 대비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뇌물을 받고 성매매 알선조직에 연루된 경찰 3명은 현재 대기 발령 상태다.
이번 경찰 수사는 여론기획 전문회사를 표방하는 '라이언 앤 폭스'사가 강남 성매매 조직이 관리한 고객 명단이라며 두 차례 총 22만개의 전화번호가 적힌 엑셀 파일을 공개해 시작됐다.
이 명단에는 성매수남의 것으로 보이는 인적사항과 직업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성매수자 중에 경찰과 전문직 종사자가 대거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들을 조사하면서 휴대전화에 기록이 남은 사례 등 특정이 되는 경우에 한해 성매수남 7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수사 시작은 엑셀 파일이었으나 수사 자체는 수사 중 입수한 수기 장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액셀 파일의 경우 작성자와 기간이 나오지 않는 등 정보가 부족해 신뢰도 문제가 있고, 무리하게 수사할 시 인권 침해 소지가 있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직 잡히지 않은 업주 1명과 채팅팀장 1명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