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1분기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3월 들어 계획했던 정책 수립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이달 중 수립 예정이던 중국 시장진출 프로그램도 사실상 2분기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정부는 이같은 정책 지연에 대해 정치권 탓만 하고 있다. 사실상 19대 국회가 종료된 상황에서 정부의 핵심 경제법안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20대 국회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이 제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추가경정예산이 흘러나오고 있다. 1분기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질 경우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도 떠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정치권 핑계만 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올해 총선, 내년 대선으로 정치권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왔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추진 예정인 22개 정책과제 가운데 절반도 못 미치는 집행실적을 보이고 있다. 1분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나머지 정책은 2분기로 넘겨야 할 처지다.
연간 재정집행 관리계획 확정, 수출금융 지원규모 확대, 복수비자 발급대상 확대 등 1월의 굵직한 정책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추진됐다. 반면 2월(4개)과 3월(6개) 정책과제는 단 한건도 계획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어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 등 법안과 관련된 정책은 추진이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1분기에 계획한 정책들의 일정이 뒤로 밀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 부총리의 존재감이 미미한 부분도 정책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최근 서비스업과 일자리 분야 현장 행보에 집중하면서 정책 구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일호 부총리 체제 출범 60일이 지난 시점에도 경기부양 효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경제가 워낙 좋지 않은데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수출은 14개월째 부진하고 소비심리도 개소세 재인하 효과가 아직은 미미하다. 기업 투자까지 불안해지며 ‘트리플 부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16일 광주에서 열린 지역 전략산업 간담회를 통해 “1998년이나 2008년 경제 위기 때와 지금은 조건이 다르다”며 “국민 여러분이 정말 큰일 났나 보다 하고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 부총리는 이어 “우리 경제가 어렵지만 걱정하실 정도의 큰 위기는 아니다”라며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면 훨씬 더 나을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도 유념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