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은 죽었다'로 되살아난 이중섭

2016-03-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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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16일부터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 '이중섭은 죽었다'전 개최

서울미술관은 16일부터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중섭은 죽었다'전을 개최한다.사진은 이중섭의 1953년작 '황소'.[사진=서울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서울 망우리 공원 묘지, 정릉 청수동, 명동 미도파 화랑, 대구 성가병원, 통영 항남3길…. 

뜬금없는 장소들의 나열이 아니다. 바로 故이중섭(1916~1956)의 삶이 녹아있는 곳들이다. 지금은 사라졌거나 모습이 많이 달라졌지만 '인간' 이중섭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곳들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리라.
'신화가 된 민족화가' 이중섭이 아닌 진짜 '이중섭'의 예술 세계가 펼쳐진다.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중섭은 죽었다'전을 16일부터 개최한다.
 

이중섭 '자화상'(1955).[사진=서울미술관 제공]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은 '황소' '소와 어린이' '길 떠나는 가족'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대한민국 대표 화가이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살아있는 동안 늘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다 쓸쓸히 홀로 죽어갔다. 이중섭에게 쏟아진 명성과 찬사는 사후에 조명된 것으로, 급격한 미술 시장의 부상과 더불어 그의 극적인 인생은 '신화'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이중섭의 작품은 미술 시장 최고가로 거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미술관 측은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그림들과 강렬하고 정열적인 붓 터치가 강조된 '황소' 연작들은 한국 전쟁이라는 큰 아픔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면서 "천재성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왜곡되면서 그의 신화는 점점 커져만 갔고, 그로 인해 정작 그의 그림은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어 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중섭 '사랑의 열매를 그대에게'(1941).[사진=서울미술관 제공]


2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이게 된 이번 전시는 이중섭의 일생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본인의 가족을 너무나 아꼈고, 한 여자를 지극히 사랑했던 '자연인' 이중섭의 인생을 죽음에서 탄생의 역순환으로 따라간다. 망우리 공동묘지에 외롭게 자리 잡은 그의 묘지부터 그가 가장 열심히 창작에 몰두했던 통영 그리고 쓸쓸하게 개인전을 준비했던 서울 마포구 신수동 등 그가 머물렀던 공간들을 기반으로 그의 인생길을 되짚어 간다. 

전시장에서는 작품 총액가 약 200억원에 달하는 이중섭의 걸작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구역별 공간화 구성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중섭의 기록들을 중심으로 전시장을 개별 공간화해 10개의 구역을 나눴는, 관람객들은 각 구역에서 이중섭이 실제 머물렀던 공간을 체험하면서 동시에 당시 제작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이중섭이 사용했던 화구들과 생활용품을 비롯해 은지화, 엽서, 편지 등도 재현돼 있어 당시 시대상도 체험해볼 수 있다.

전시는 서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오는 5월 29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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