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최악의 전력난에 시달리던 과거와 달리 전력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기가 남아돌 수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전력수요 전망이 과잉 투자 등 예산만 축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발전 설비가 원자력 발전에 편중돼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15일 환경단체와 에너지기관 등에 따르면 2010년 초 전력 공급부족에 따른 수급 불안 때와 달리 최근에는 전력수급 안정화를 넘어선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의 안정화를 넘어 향후 전력 공급이 과잉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행 정부가 22%의 목표 설비예비율을 향후 15년 동안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설비예비율은 향후 몇 개의 발전소가 필요할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전력수요 관리와 설비예비율의 적정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전력수급 기본 계획을 수립, 2029년까지의 발전설비 규모와 발전원 공급 계획을 세운 상태다.
신규 발전설비의 공급이 2014~2017년 집중되는 등 오는 2017년의 설비예비율은 26.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28%에 달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문제는 설비예비율의 변동폭이 크다는 점이다. 2010년 초 전력공급 부족 시기 때와 달리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0개 발전기, 2930만kW의 발전설비가 집중 공급된 원인이 한 몫하고 있다.
신규 발전원이 원자력 발전에 편중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보면 원자력발전과 석탄 화력의 비중이 높을 경우에는 전력수요 변동에 취약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신규 발전원을 신재생에너지, 가스발전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아울러 2011년 블랙아웃 등 전력난을 계기로 대거 들어선 민간 발전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력공급 시장은 더욱 포화상태가 될 여지가 높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해외 사례와 국내 여건은 다르다”며 “한국은 전기생산을 위한 에너지수입국인 동시에 앞으로 늘어날 전기차 등 전기시대의 패러다임을 감안하면 설비예비율 22%가 과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전력수요가 기후와 경제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만큼 전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 및 신기후체계 대응 방안도 고려해야할 것”이라면서 “발전원 구성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