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시작된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 세기의 대결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들을 소재로 한 유머와 패러디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된 폭발적인 관심이 이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알파고를 주제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유머와 패러디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맨먼저 알파고의 이름을 소재로 “알파고는 어느 고등학교냐?”는 유머가 발빠르게 퍼졌고 ‘바둑 명문’ 알파고와 함께 리디아고(골프 명문 고등학고), 무기고(방위산업 고등학교) 등 연관 유머까지 떠돌고 있다.
알바고(GO)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 형태의 조형물도 인터넷과 SNS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이 조형물은 주인 대신 과일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영화 ‘터미네이터’에 빗댄 패러디물도 화제다. ‘이세돌을 찾는 구글 직원’이란 이름의 게시글을 클릭하면 영화 ‘터미네이터 2’에 등장하는 T-1000 로봇의 손에 이세돌 사진이 들려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3국까지 이 9단이 맥없이 연패를 당하자 “전원 스위치를 내려 전력을 차단하는 것만이 알파고를 이기는 유일한 길”이라며 “알파고의 천적은 두꺼비집”이라는 유머로 전 국민을 ‘웃프’(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인터넷 용어)게 했다.
이 9단과 알파고를 소재로 한 유머와 패러디는 13일 4국에서 이 9단의 감격의 첫 승을 거두면서 더 다양화된 내용으로 SNS에 떠돌기 시작했다.
이 9단이 첫 승을 거두자 알파고가 분통해하며 ‘내문서’(윈도 95/98에 갖추어져 있는 사용자 작성 데이터를 저장하는 폴더)를 20분간 내려쳤다는 우스갯소리가 퍼진가 하면 이 9단을 ‘20년 후 기계에 맞서 인류 최후의 전쟁을 벌이는 이쎄도르’에 비유하기도 했다.
3국에서 승리한 알파고에 승리 소감을 묻자 이진법을 구사하는 알파고가 “10011011…”이라고 대답했다는 가상 인터뷰도 나왔다.
많은 유머와 패러디가 봇물 터지듯 국민들을 울리고 웃겼지만 그 중에서 압권은 한 케이블 방송에서 선보인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패러디한 장면이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 7’에서는 개그맨 유세윤이 알파고의 패러디물 ‘베타고’로 변신했다. 알파고와 달리 인간과 같은 감정 표현을 하고 직접 바둑돌도 놓을 수 있는 베타고는 한 번에 여러 수를 놓는 등 반칙 플레이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배꼽을 뺐다.
각종 반칙에도 불구하고 수세에 몰리던 베타고는 자신의 코드를 뽑아버리고 전원을 끄며 무효판정을 노리기도 했고, 가족을 이용해 동정표를 끌어내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 9단으로 분장한 개그맨 정상훈의 마지막 한 수 덕에 대국은 ‘인간 승리’로 끝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쾌감을 함께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