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제작발표회에서 조진웅은 이렇게 말했다. 맞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고장 난 무전기라니. 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설정인가. 하지만 지난 12일 종영한 이 드라마는 13.4%로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장르물의 불모지였던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때때로, 아주 당연한 것은 기이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필코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상처를 우리는 고된 일상을 핑계로 너무 쉽게 외면하는데, 그것을 새삼 상기시키기 위해서는 판타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는 실제 우리 사회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과거 범죄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 몰입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잊고 살았던 우리 사회의 흉터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오락성에 국한됐던 드라마의 역할을 한 평 넓혔다.
드라마 ‘시그널’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모아봤다.
▶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 사건
극 초반에 등장하는 김윤정 유괴 살인사건은 1990년대 벌어진 유괴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지닌 여성이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유괴했다는 점이 똑 닮았다.
드라마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죗값을 묻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14일 만에 범인이 잡혔다. 범인은 사채와 신용카드 빚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고 심지어 임신 8개월 차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 화성 연쇄살인사건
작품 속 ‘경기 남부 연쇄 살인사건’은 국내 최초의 연쇄살인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다뤄지기도 한 이 사건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986~1991년 동안 10명이 살해된 사건이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으로, 음부가 훼손되거나 음부 안에서 정액, 머리카락, 담배꽁초 등이 발견됐다. 범인을 잡기 위해 180만 명의 경찰 동원됐으며, 3000여 명의 용의자가 조사를 받았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 ‘대도’ 조세형 사건
‘계수동 고위층 연쇄 절도 사건’은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재벌들과 고위관료의 저택들이 털린 사건인 ‘대도 조세형’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를 회상하자면 고위층과 부유층 저택의 높은 담과 경비원 비밀금고까지 모두 무용지물이었고 심지어 모든 절도는 벌 건 대낮에 이루어졌다. 대담한 범죄 후에는 훔친 물건들을 생화고를 겪는 서민들에게 나눠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범인은 괴도, 의도, 현대판 홍길동, 대한민국의 루팡 등으로 불렸다.
▶ 신정동 연쇄폭행살인사건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룬 바 있는 신정동 연쇄폭행살인사건도 ‘시그널’에 나온다. ‘홍원동 연쇄 살인 사건’이 그것인데, 차수현(김혜수)이 사건에 개입해 어느 때 보다 긴장감이 넘쳤다.
일명 ‘엽기토끼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2005년, 20대 회사원이 포댓자루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사건은 공휴일에 일어났으며 신정역 부근이었고 시신은 포댓자루와 돗자리 등으로 꽁꽁 말려 끈으로 묶여있었으며 얼굴에는 검은 봉지가 씌어 있었다.
희생자 세 명 중 두 명이 사망했고, 세 번째 피해 여성이 탈출한 것까지 실제 사건과 매우 유사하게 그려졌다. 다만, 극에서는 범인이 잡혔지만, 현실은 아직 미제사건으로 남겨졌다.
▶ 밀양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인주시 여고생 성폭행 사건’의 모티브는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밀양 지역 44명의 고교생이 1년 간 여중생 1명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으로, 영화 ‘한공주’의 소재이기도 하다. 가해자 중에는 시의원, 도의원, 밀양 지역 갑부의 자제가 포함됐고, 때문에 가해자 중 단 3명만이 10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 해,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학교에 찾아와 결국 피해자가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