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바둑 세계 최강 이세돌 9단(33)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에 두 번 연속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에 211수끝에 백으로 불계패했다.
이 9단은 전날 열린 제1국에서는 흑을 잡고 186수만에 불계패했다.
‘인간 대표’로 나선 이 9단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두 번 연속 지자 바둑 관계자들뿐 아니라 바둑팬, 세계 주요 언론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도 인간 영역을 능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인간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직관, 유연성, 임기응변, 지적 성장 등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추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첫 대국에서 알파고의 냉철함과 치밀함에 허를 찔린 이 9단은 둘째 판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신중함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인간컴퓨터’라는 그도 ‘슈퍼컴퓨터’ 1200대의 초계산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흑을 잡은 알파고는 초반에 변칙 수를 연발해 눈길을 끌었다. ‘인간 바둑’에서는 보기힘든 수를 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9단은 당황하지 않았다. 알파고의 변칙을 막고 실리를 챙기며 차곡차곡 집을 확보했다. 중반 돌입 때까지는 이 9단이 다소 유리한 형세였다.
알파고도 만만치 않았다. 치밀한 수읽기, 물러서지 않은 전투력, 불리함속에서도 유지하는 냉정함, 인간 바둑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기풍 등은 이날도 나왔다.
대국이 후반으로 갈수록 ‘형세 불명’이라는 평가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더욱 이 9단은 시간을 많이 쓴 상황이었다.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했고, 이 9단은 갑자기 흔들리고 말았다. 대국을 지켜보던 중국 기자들 사이에서 “이 9단이 불리해졌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9단이 알파고의 집요함을 이기지 못하고 막판 결정적 패착을 하면서 반상의 형세는 갑자기 알파고쪽으로 기울었다. 전날 알파고의 우변 침투 한 방에 무너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9단은 그 이후 마지막 1분 끝내기에 몰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빈틈없는 수읽기로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완벽하게 마무리, 이 9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첫날 대국 후 “내일은 자신있다”던 이 9단은 “오늘 알파고는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날 대국장에는 이 9단의 아내 김현진씨(33)와 외동딸 혜림양(10)이 나와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