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10일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조 9단은 전날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결과에 대해 “이세돌이 져서 멘붕상태”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조 9단 영입에 앞장섰던 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 바둑의 전설이자 한국 바둑의 신화를 쓴 조훈현 9단의 입당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그는 이어 “어제(9일)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졌지만, 오늘 조 9단이 새누리당에 입당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회의에 참석한 조 9단은 “바둑계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고 인사했다. 전날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결과에 대해선 “어제 이세돌이 져서 사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며 조 9단을 챙겼다. 그는 “오늘 국민들과 지구촌 관심 속에서 바둑(이세돌 대 알파고의 2차 대국)을 바라볼 텐데 조 9단이 새누리당에서 마인드 스포츠와 관련된 레저, 문화 관광 여러가지 좋은 점들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조 9단이) 국회 오셔서 정국이 꽉 막혔을 때 바둑에서 묘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정국 해법에서도 ‘고수의 생각법(조 9단의 저서)’으로 묘수를 달라”고 덕담했다.
사실상 비례대표 공천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실제 조 9단은 입당 이후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공모에 신청, 정치 입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조 9단은 간담회에서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한 것에 대해 “제가 (알파고와 바둑을) 둔 것은 아니지만 (이 9단이 패배하자) 멘붕상태에, 머릿속이 허옇게 됐다”며 충격적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상의 자리를 후배들한테 물려주고, 마지막으로 바둑계를 위해 일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면서 “저는 아직 정치를 잘 모르고 많이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치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당초 조 9단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중계방송에 ‘해설’ 출연 제의를 받았으나,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저촉을 우려해 출연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