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인공지능' 알파고가 제1국 불계승에 이어 또 한 번 이세돌(33) 9단에게 승리를 거뒀다.
알파고는 10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211수만에 이 9단에게 흑 불계승을 거뒀다.
양 화점 포석은 현대 바둑에서 가장 유행하는 포석으로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전법인데 반해, 소목 포석은 실리 추구에 초점을 맞춘 작전이다.
이 9단과 해설진을 더욱 놀라게 한 수는 13수째였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바둑 해설가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9단도 당황한 듯 5분 가까이 장고를 하다 좌변을 갈라쳤다. 초반에 여유있게 대국을 시작했던 이 9단의 표정은 금세 굳어졌고, 착점을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국이 중반으로 접어들며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이 9단은 알파고의 계속된 변칙 수에 휘말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좌우변에 백집을 불려 근소한 우세를 점했다. 경기를 지켜본 유창혁 9단이 “이창호가 전성기 때 ‘너무 참는다’는 말을 들었다. 이세돌은 원래 이창호와 정반대인데 오늘은 이창호처럼 두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섣불리 승패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 알파고는 제1국에서 중후반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르고도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186수만에 불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른바 '계산된 실수' 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했다.
후반부에 다다르며 이 9단은 알파고에게 초읽기에 몰리며 패색이 드리워졌다. 이번 대결에서 초읽기는 양쪽 모두 1분씩, 세 차례 가질 수 있다. 초읽기가 1회 남은 상황에서 1분 이내에 수를 놓지 못하면 시간패로 처리된다. 이 9단은 공세를 지속하던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며 형세가 기울었다. 끝내기에 돌입했을 때는 반집 또는 한집 싸움이 끝까지 이어질 정도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며 장고를 거듭했다. 이 9단은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결국 돌을 던지고 말았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사장은 대국 종료 후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2번째 대결에서 이겼다. 2대0 결과를 이끌어냈다. 우리에게 믿기 힘든 결과다. 알파고는 이번 게임에서 아름답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무표정하게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이 9단은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 내가 앞섰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알파고한테서)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제는 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 했는데, 오늘은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 9단이 '세기의 대결'에서 승자가 되려면 이제 남은 대국 세 판을 다 이겨야 한다. 1·2국에서 창의적인 정공법과 끝없는 변칙 작전 활용에 '맛을 들인' 알파고를 이 9단이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