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이세돌 9단의 연이은 패배에 알파고의 완승을 점쳤던 전문가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교수는 1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알파고의 승리는 우연이 아니다"며 "남은 세 대국에서도 이 9단이 알파고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알파고를 "대학생에게 과외받은 고등학생이 하버드대에 진학한 경우"로 비유했다. 사실 알파고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진 분류 작업에 쓰이는 인공지능에 불과했다. 사과와 배를 구분하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등 단순 식별 업무에 투입됐던 알파고가 바둑계의 '거물'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은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개선문을 통과해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알린 것과 다름없다.
김 교수는 "알파고는 기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견고함을 갖췄다"고 말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인공지능 대부분이 쓰는 기본 방식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찾고 그 중 가장 합리적인 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알파고는 이미 바둑대국네트워크인 KGS에서 바둑 고수들의 수 3000만개를 외웠다. 김 교수는 "방대하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3중의 알고리즘 트레이닝 즉, 학습·강화·평가의 단계를 수도 없이 반복한 알파고가 진다는 게 이상할 정도"라며 제2대국 결과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의 철저한 준비성을 거론하며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개발과 관련한 논문들을 보면 섬뜩함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마치 이세돌 9단이 제1대국을 마치고 "알파고가 이렇게까지 바둑을 둘 줄 몰랐다"고 한 것처럼 "이렇게까지 인공지능에 사력을 다할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구글이 이런 속도로 인공지능 발전에 공을 들인다면 이세돌이 아니라 '이세돌 할아버지'가 와도 알파고를 못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며 "이번 매치는 구글이 공식적으로 '위대한 도전'에 성공했다는 것을 대외에 공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은 세 대국은 어찌될까. 김 교수는 "더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직관'과 '계산'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은 계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만 직관을 들먹인다. 계산할 수 있다면 왜 직관을 끌어들이겠나." 풍부한 바둑 경험과 판을 흔드는 예상치 못한 한 수 등 직관이 뛰어난 이 9단이지만, 계산으로 모든 상황에 대한 준비가 끝난 인공지능 앞에서는 제대로 실력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그는 총 다섯 번의 대국 중 벌써 두 번을 져 긴장감과 부담감이 늘어난 이 9단이 '무감정'일 수밖에 없는 알파고에게 자충수를 둘 가능성도 제기했다. 감정이 없는 알파고는 이 9단이 흔들기를 해도 모르고, 오직 상대방이 두고 나면 그것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수를 찾는 데 충실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 전문가이자 과학자로서 이번 대국을 분석·예상했다"며 "남은 세 대국도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인간 고유의 직관과 창의성이 집약된 바둑 축제'라 여기고 즐겁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