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유럽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산 돼지고기의 주 수출국인 러시아가 '유럽연합(EU)산 농축산물 금수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EU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완전 개방에 가까운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산 및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은 평년 대비 각각 204%, 557% 늘었고 미국산은 48% 증가했다. 독일과 스페인 두 나라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평년(12%)보다 17%포인트 증가한 29%로 높았다.
수입 돼지고기의 국가별 비중은 EU가 49.6%로 절반에 육박했다. 이어 미국 36.1%, 칠레 7.4%, 캐나다 4.7%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 부위별로 보면 삼겹살이 42%로 가장 많고 앞다리 41%, 목심 10% 순이다. 수입량의 95%는 냉동육이다.
유럽산 돼기고기 수입이 증가한 이유는 2014년 8월부터 유지되고 있는 러시아의 'EU산 농축산물 금수조치'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발표한 금수조치 기간은 1년이었지만 러시아는 1년간 더 연장하기로 결정, 올해 8월까지 유예됐다. 또 2014년 1월 EU의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로 러시아에서 그 해 2월부터 유럽 전역의 돼지고기와 돈육가공품 수입을 중단한 상태다.
EU산 돼지고기 수출시장의 약 24%를 차지하던 러시아의 금수조치 후 EU 양돈 강국들은 러시아를 대체할 돼지고기 수출시장으로 한국과 중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금수조치 전 EU산 돼지고기 수출시장의 6%를 차지하던 한국 비중은 지난해 11%로 증가하면서 중국(29%), 일본(17%)에 이어 3번째 수출시장으로 떠올랐다
FTA 효과도 한몫했다. 양돈 강국들과 FTA를 맺은 후 매년 관세율이 떨어져 돼지고기 수입 장벽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냉동 삼겹살 관세율의 경우 유럽연합산은 2013년 20.4%에서 올해 13.6%로 매년 2.3%씩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칠레산은 2014년 이후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
돼지고기 수출국의 생산과 수출여력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지육생산 증가율은 칠레가 7.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국 7.3%, EU 4.7%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2014년에 유행하던 돼지설사병(PED)이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이 늘면서 수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돼지고기 수출은 전년대비 칠레가 9.8%, 미국 1.7%, EU 8.8%씩 늘었다.
황명철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돼지고기 수입 증가는 국제정치와 해외 전염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러시아 금수조치 등 국제적 돌발사태 등 정치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돼지고기의 수급안정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산 돼지고기 도축마릿수는 1590만 7000마리로 전년 1568만 6000마리에서 22만두 이상 늘었다. 사육두수도 10만두 증가한 1018만7000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