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에 짓눌린 주택시장]전문가 “주택시장 경착륙이 가계부채에 더 위험”

2016-03-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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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총량보다는 질적 수준 봐야…선별적 규제 강화 필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한 은행 대출창구. 주택담보대출 규제 이후 관련 문의 및 방문이 크게 줄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백현철 기자]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지난해 말 기준 1200조까지 불어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규제에 들어간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같은 규제가 가계대출부실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규제에 따라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될 경우, 거래가 줄고 가격이 떨어져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늘어나는 폭보다 질적 수준을 봐야하며, 금리가 낮고 상환부담이 적은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금리가 높고 연체 발생 가능성이 많은 신용대출 규제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면서 “연체가 발생해도 신용대출이 시발점이 될 텐데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겠다고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을 강화하면 전체적인 거시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60%까지 완화하면서 기존 제2금융권의 높은 금리 이용자들이 제1금융권으로 갈아탄 경우가 많은데, 가계부채를 옥죄게 되면 오히려 이들이 다시 제2금융권으로 돌아가 질적 수준이 악화될 수 있다”며 “대출규제 강화에 따라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돼 거래가 줄고 가격이 떨어진다면 오히려 하우스 푸어, 미분양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해 가계부채가 진정한 폭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전년과 비교해 42% 급감했다. 봄 이사철이 본격 도래했음에도 거래가 얼어붙자 서울 아파트값 상위 50개 단지 등 일부 아파트 단지의 시세 역시 하락세를 잇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은 “가계부채 증가가 신규주택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질 경우에는 문제가 되겠지만, 지난해 주택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며 “자율적으로 시장에 맡기면서 가계부채의 흐름을 봐야지 단순 총액이 1200조를 넘었다고 무작정 자금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시장이 경색되고 결국 집값이 떨어져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기존 원금상환 방식에서 원리금 균등상황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과거와 같이 하우스 푸어 등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믿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다시 규제를 강화한 부분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 교수는 “가계부채 총량이 다소 우려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은 맞지만,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 규제를 강화하니 시장에서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급랭하게 된 것”이라며 “다주택자는 규제 대상에 포함해도 신규 주택 구매자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거나, 일부 부실 사업장에만 집단대출을 강화하는 등 선별적인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비를 막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소비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상황이 이상적인 데 반해 단순히 소비를 줄이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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