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고배당 정책에 나서고 있을 뿐, 핀테크 등 새로운 먹거리에 투자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저금리를 핑계로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어 되레 돈을 맡긴 고객에게만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2015년 결산 기준 배당을 전년보다 큰 폭으로 확대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하반기 150원을 중간 배당한 데 이어 주당 500원을 현금 배당할 예정이다. 시가배당률은 중간 배당을 제외하고 1.40%에서 2.00%로 0.6%포인트 높아졌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도 역대 최대 수준인 각각 주당 1200원, 980원을 배당키로 했다. 각각 전년 대비 150원, 200원씩 오른 금액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주당 배당금은 430원에서 450원, 시가배당률은 2.84%에서 3.37% 각각 올랐다.
이처럼 국내 금융사들이 배당액을 크게 늘린 이유는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따른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시적으로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증가 등이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미달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로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금융사들이 투자나 임금을 확대하는 대신 배당을 늘린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를 방어하고 주주 친화 정책을 추진하고자 배당을 늘렸다"면서 "정부의 배당 확대 주문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핀테크 활성화를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 계좌이동제 등으로 금융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배당 확대에만 나설 뿐,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들은 저금리로 인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감소한데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익성에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나 급감했다.
이같이 수익성이 급감한 상황 속에서 은행들이 투자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지 않고 배당만 늘린 것이다. 특히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소비자들에게 주던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으로 일부 주주들만 챙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외에 금융지주 및 은행 입장에서도 바젤Ⅲ에 따라 2019년까지 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고배당 정책으로 국제결제은행(BIS)비율 등 핵심 건전성 지표 관리에 대한 부담만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투자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보다 고배당 잔치로 일부 주주들만 챙기고 있다"면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액을 높이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과 자금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