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집권4년차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초 북한 핵실험·장거리로켓발사 이후 강력한 대북제재 압박에만 몰두하며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체제를 주도하는 듯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안 채택 지연 전략’, ‘미중간 사드 빅딜설’과 ‘북한과의 평화협정 논의 문제’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주변 강대국들이 대북 문제를 주도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안 채택 막판에 뜸을 들이며 실리 챙기기에 나선 것이나 제재안 일부 내용을 수정해 북한에 숨통을 틔워준 데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에만 신경쓰느라 북한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 러시아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몽니’는 이 같은 한국의 외교정책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한반도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외교적 지렛대로 중국의 대북 제재안 찬성을 이끌어냈다는 이른바 빅딜설도 박근혜정부에겐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중국과의 외교적 대치를 무릅쓰면서 사드 협의를 공언했지만, 미국 정부의 기류 변화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협정 논의 쪽으로 스탠스를 옮겨가고 있는 기류까지도 감지되고 있다.
러셀 차관보는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준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때 제시된 보다 넓은 범위의 이슈들로 나아갈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혀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일련의 외교 이슈들은 아시아태평양을 놓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중이 한국의 안보 문제도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언제든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만약 중국이 한국 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해 사드 배치와 평화협정 논의 등의 문제에서 양보를 얻어냈다면 새로운 '통미봉남' 상황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달 말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계기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되면서 향후 북한과 평화협정-비핵화 대화가 시작될 경우 당사자인 한국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서 아웃사이더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특히 평화협정은 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 북-미 수교 등과 연동돼 있어 우리 정부에겐 고도의 외교전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인데다 최상의 한미동맹에만 매달리다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운 난관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론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핵 포기 없이는 대화 없다는 기존의 입장 때문에 문제 해결에 한 발짝도 못 나갔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원론적인 수사여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향후 자주외교·실리외교로 외교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