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결혼이 늦어지면서 만혼과 노산에 대비해 난자를 보관하는 미혼 여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차병원 난임센터는 이 센터의 '37난자은행'에 난자 보관을 의뢰한 미혼 여성이 2013년 30명에서 지난해엔 128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2014년 56명과 비교해도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난자 보관 이유는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암·백혈병 등의 방사선 치료로 난자의 질이 떨어지거나 난자가 생성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신이 어려운 난임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이 많아졌다.
의학적으로 만 35세 이상이 되면 '노산'으로 분류하고, 40세 이상이면 임신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실제 37난자은행 전체 보관자 가운데 62%가 미혼 여성으로, 시험관 아기(15%)나 질병 치료(14%)를 목적으로 한 여성보다 훨씬 많았다.
김자연 차병원 서울역난임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일과 경제 문제 등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난자를 보관하려는 미혼 여성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난자의 질만 우수하면 큰 문제없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만큼 37세 이전의 난자 보관은 임신 계획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난자 보관에는 주로 난자를 얼음보다 더 딱딱한 유리구슬 모양의 알갱이로 보존하는 '유리화 동결법'이 쓰인다. 이 기술은 1998년 차병원이 개발했다.
이렇게 냉동한 난자를 해동하면 생물학적 기능이 복원된다. 해동 후에는 미세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공수정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냉동 기술이 향상돼 10년이 넘게 보관이 가능한 상태다. 지난 2011년 미국차병원에서는 백혈병 환자가 10년간 보관한 난자를 해동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사례도 있다.
차병원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서는 건강한 여성이 보관 난자를 해동해 아이를 낳은 사례가 많고 최근 일본에서 40대 여성이 이런 방법으로 첫 출산에 성공했다"며 "난자 보관은 앞으로 임신과 출산의 새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