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상하이) = 27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최대 성과는 지정학적 긴장관계 속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굳건히 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최근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놓고 중국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유 부총리는 상하이 방문 첫날인 26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총재와, 이튿날인 27일에는 너우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 만나 양국 경제현안을 논의했다.
한국의 경제부총리가 G20 회의에 참석하면 개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양자면담은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난 23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한중관계 파괴론"을 들먹이자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그를 초치해 항의하고, 청와대까지 나서 "자위권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양국간 외교적 갈등이 격화한 모습을 보인 직후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경제수장인 유 부총리가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연쇄 접촉에서 사드로 인한 중국 측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고, 양국 간에 고조된 외교적 긴장을 얼마만큼 해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막중한 책임을 안고 중국 출장길에 올랐던 유 부총리는 이번 양자면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26일 만난 저우샤오촨 총재와는 중국내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상반기 개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 등에 합의했다.
우선 양측은 올해 6월까지 중국 내 원·위안 직거래시장 개설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한국 측은 관련법령 개정, 중국내 원화 청산은행 설치를 신속히 진행하고, 중국 측은 중국외환거래센터(CFETS:Chinese Foreign Exchange Trading System)에서 직거래시장 개설을 준비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양국 금융협력의 핵심 사항인 직거래시장 개설이 양국 통화의 사용을 촉진하고 한·중간 교역·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인민은행과 현재 체결 중인 통화스와프의 만기연장 조기 합의를 위한 논의도 개시하기로 했다.
이어 27일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공동투자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간 경제협력 사안에 대해서도 러우 부장과 의견을 모았다.
유 부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양국이 지금까지의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없이 앞으로도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우 부장도 공감을 나타냈다.
정치·외교적 이슈인 사드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 부문만큼은 한중 간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양자면담에서도 G20 공통 의제가 주로 논의되기 때문에 이번처럼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중 경제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사드 협의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라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세계경제의 저성장을 타개하고 금융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We will use all policy tools")하기로 합의했다.
G20 경제수장들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무리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을 채택했다.
G20은 현재의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세계 경기회복이 미진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잡힌 성장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통화정책만으로는 균형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며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 경제신뢰 제고를 위해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