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팔각 케이지 속에 담긴 ‘파이터의 꿈’

2016-02-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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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장리펑 선수와 상대 선수의 경기 모습[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인민화보 판정(潘征) 기자 =지난 2015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가 갓 지난 상하이(上海)는 축제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그날 저녁 상하이의 ‘동방체육관(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아시아 정상급 종합격투기MMA(Mixed Martial Arts) 시합인 ‘로드FC(Road FC)’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열려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 경기에는 각국의 정상급 MMA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중국의 명장 자오쯔룽(趙子龍), 미국 종합격투기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에 출전했던 중국 선수 장리펑(張立鵬), ‘대한민국 최고의 용사’였던 최홍만, ‘슈퍼 사모아인’ 마이티 모, 일본의 유명 격투기 선수인 미노와 이쿠히사 등이 참가했다. 고수들의 대거 참가로 중국에서 처음 열린 로드FC 경기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다
종합격투기 경기 시간은 비교적 짧다. 보통 십여 분이고 수십 초만에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 안에 승리를 거두기 위해 선수들은 오랜 시간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운 훈련을 해낸다.

로드FC 경기 하루 전, 상하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지만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한가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오전 10시쯤 중국 선수 자오쯔룽이 호텔 피트니스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싼다(散打, 발과 주먹으로 차거나 쳐서 승부를 겨루는 중국 무술의 한 종류) 팬에게 자오쯔룽은 익숙한 이름이다. ‘무적의 풍화용(風火龍)’이라고 불리는 그는 중국 싼다계의 ‘레전드급’ 인물이다. 그런 그도 이번 경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자오쯔룽은 2007년 은퇴했지만 종합격투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래서 2010년 홍콩 ‘무림전기(武林傳奇)’ 경기에서 컴백했다. 2013년 병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자오쯔룽은 그토록 사랑하는 격투기 경기장을 다시 한 번 떠났지만 어머니의 건강이 호전되자 그는 링으로 다시 복귀했다.

복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장 선수에게 회복 훈련은 매우 힘들었다. 자오쯔룽은 과거 자신이 가장 힘들어했던 운동이 달리기였지만 체력을 회복하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리기를 했다고 말했다. 종합격투기 경기는 체중에 따라 체급을 나누기 때문에 그는 16kg을 감량해야 했다.

자오쯔룽과 같이 피트니스센터에서 훈련하는 선수 중에는 이번 경기에서 유일한 중국 여성 선수인 올해 26세의 옌샤오난(闫曉楠)도 있었다. 말을 걸자 처음에 그녀는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녀가 웃음이 많고 낙관적인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총머리에 밝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하는 그녀의 배에는 복근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탄탄한 복근은 남성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옌샤오난의 훈련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그녀의 파워와 속도를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녀가 뻗는 주먹에는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고 발차기는 마치 공기를 부수는 느낌이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운동으로 다져진 강인함이 그녀의 몸에서 완벽하게 융합돼 아름답고 생명력있는 화면을 연출했다.

옌샤오난은 15살 때 취미로 싼다를 시작했다. 싼다를 배우면서 종합격투기를 알게 됐고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2009년 옌샤오난은 시안(西安) 대표로 MMA 경기에 첫 출전했다. 많은 사람이 여성이 이런 혹독한 격투기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옌샤오난의 아버지는 딸을 지지했지만 어머니는 경기 중 부상을 당할까 걱정해 여러번 은퇴를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끈질긴 노력과 탁월한 성적으로 어머니에게 자신이 선택한 운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한창 좋은 나이의 여성인만큼 얼굴에 부상을 입는 것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옌샤오난은 망설임없이 “꿈을 위해서 부상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일상은 훈련-경기-휴식으로 비교적 단조롭다. 그들은 경기를 위해 각지를 이동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현지를 구경할 여유는 없다. 경기 하루 전, 대회 주체측의 배려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몇몇 선수들이 시내관광을 할 시간을 가졌다. 가는 길에 몇몇 소년 선수들이 다음날 맞붙을 선수와 자신의 준비 상황들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젊은 파이터 량링위(梁靈宇)는 응원차 상하이에 있는 친구를 부르기도 했다. 팔각의 케이지에 오르는 그들은 모두 용맹한 투사지만 케이지 밖 그들은 그저 웃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소년일 뿐이었다.
 

싼다왕 자오쯔롱 선수[사진=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경기장의 냉혹함과 행복

2015년 12월 26일 저녁 7시가 채 안 된 시각, 동방체육관에는 이미 빈 자리가 없었다. 2만석의 자리가 모두 매진됐다. 강렬한 리듬의 음악이 경기장에 울려퍼지자 객석의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천장에서 화려한 조명이 쏟아져내려 무대를 장식했다. 체육관 정중앙에 마련된 경기용 팔각 케이지는 신성한 분위기마저 풍기며 경외심마져 불러일으켰다.

저녁 7시 30분, 경기가 시작됐다. 눈부신 조명들이 경기장 곳곳을 어지럽게 비추다가 마침내 팔각의 케이지 중앙으로 집중됐다. 선수들은 영화 속 영웅처럼 경기장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무대 위에서 절대적인 주연이 됐다.

옌샤오난과 한국의 17세 소녀 남예현의 경기는 두 번째로 배정됐다. 전체 경기 가운데 여성선수 경기는 이것 하나뿐이라 관객의 관심도 그만큼 컸다. 한국 선수 남예현은 17세 고등학생으로 여린 외모지만 한국 유도대회와 실전격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고 중학생 때는 태권도 유망주이기도 했다. 이번 로드FC 상하이 경기는 그녀의 프로 MMA 무대 첫 경기로 그녀는 이날을 위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두 선수의 대결이 시작됐다. 옌샤오난은 시작하자마자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좌우로 빠르게 날리는 주먹은 스피드는 물론 파워도 대단했다. 남예현은 옌샤오난이 바로 공격해 올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속수무책인 듯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장점인 다리 힘을 살려 옌샤오난을 넘어뜨리려고 했다. 옌샤오난이 작은 산처럼 버티자 남예현은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가 빙빙 돌면서 공격의 기회를 엿보다가 옌샤오난이 다시 주먹으로 선공을 날리자 남예현은 그녀를 안고 놓지 않았다. 몸의 균형을 되찾으면서 옌샤오난을 쓰러뜨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 경험이 풍부한 옌샤오난은 주먹과 킥을 연달아 날리면서 남예현의 반격을 막았다. 남예현은 한국 선수 특유의 끈질김으로 끝까지 저항했지만 옌샤오난의 주먹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남예현이 쓰러지는 순간 경기도 끝났다. 심판 판정을 거쳐 옌샤오난이 큰 우위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끝나자 두 선수는 포옹을 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들은 미소와 선의의 눈빛으로 상대에 대한 존경과 축복의 마음을 전했다. 케이지에서 나온 그녀들의 얼굴은 상처 투성이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그들의 프로 정신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관심이 집중된 중국의 ‘레전드’급 선수 자오쯔룽과 일본의 ‘레전드’급 선수 미노와 이쿠히사의 경기는 후반부에 배치됐다. 두 선수의 경기가 다가올 때쯤 경기장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자오쯔룽이 입장하자 온 경기장이 환호성으로 들썩거렸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신의 다리’라고 불리는 자오쯔룽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특기인 ‘신의 다리’를 선보이면서 상대를 압도했다. 자오쯔룽은 싼다 기술을 잘 활용해 치타처럼 기회를 엿봤다. 반면 미노와 이쿠히사는 시종 사오쯔룽을 넘어뜨릴 기회만 노렸다. 그러나 한 차례의 힘겨루기 중에 자오쯔룽이 기회를 잡아 상대를 쓰러뜨렸고 빠르게 상대를 제압했다. 결국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자오쯔룽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 순간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분위기는 정점에 도달했다.

그날 열린 10여 개의 경기 모두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관객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 속에서 경기가 막을 내렸다.
 

중국 얀샤오난 선수와 한국 남예현 선수가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인민화보 친빈(秦斌) 기자]


격투기는 ‘꿈과 미래’

경기 다음 날, 기자는 공항에서 옌샤오난 선수와 그녀의 팀을 우연히 만났다. 어제 경기가 끝난 시간은 밤 10시였고 호텔로 돌아와 상처를 간단하게 치료하니 새벽이었다고 말했다.

어제 경기에 대해 옌샤오난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상대 선수였던 한국의 남예현 선수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녀는 남예현 선수가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그녀의 의지에 감탄하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는 “1년 안에 종합격투기 최고의 무대인 UFC 경기장에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장인 자오쯔의 꿈은 중국 종합격투기와 중국 무술에 공헌하는 것이다. 그는 무술에는 다양한 문화와 신앙이 담겨 있어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 보물을 잘 계승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노장 선수인 그는 실제 행동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한다. 그는 종합격투기 선수는 무덕(武德)을 갖춰야 한다면서 크게는 나라를 사랑하고, 작게는 가정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기에서 기개와 혈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고령’ 선수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경기장에서 계속 분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젊은 선수들에게 종합격투기는 팔각 케이지에서의 악전고투만이 아니라 무덕을 갖추고 종합격투기 정신을 체험하는 것이 더 핵심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정원훙(鄭文弘) 로드FC 총재는 “로드FC는 무와 덕을 숭상한다. 무를 숭상하는 목적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돕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치관은 자오쯔룽의 생각과도 같다.

중앙정부가 스포츠산업 발전을 주목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격투기 산업도 번창해 다양한 경기가 계속 열리고 있다. 관객들의 환호성에서 중국 관객의 종합격투기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고, 선수들의 노력에서 이 스포츠의 미래를 알 수 있다. 갈수록 많은 중국 청소년이 이 스포츠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넘치는 파워와 열정적인 주먹으로 자신들의 꿈을 뻗어내고 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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