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준공식이 오는 26일 열린다. 제주도가 국방부의 계획을 수용한 지 10년 만에, 항만공사에 착수한 지 6년이다.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으로 주변 서귀포항 외에 새로운 대규모 민항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사업도 본격화된다. 민군복합항은 안보 기능을 수행하는 군사기지인 동시에 크루즈선이 드나드는 관광미항의 기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2008년 9월 크루즈선박 예비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13년 3월 제주도와 민군복합항 공동사용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때에는 크루즈 접안시설은 크루즈선이 우선 이용토록 해 해군 함정의 이동과 상관없이 항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크루즈선이 동시에 접안할 서방파제(420m)와 남방파제(690m)의 항만시설과 이에 따른 부대시설은 제주도지사가 직접 전담·운영토록 했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 18일부터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개항준비 실무지원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민군복합항과 크루즈 선박이 많이 입출항하는 중국 상하이까지 거리는 568㎞, 제주항~상하이까지 거리는 596㎞로 28㎞가 짧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크루즈선의 제주 기항 횟수는 285회, 62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올해는 크루즈선 500회, 관광객은 100만명 이상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는 민군복합항에는 15만t 이상의 초대형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어 시설이 본격 운영되면 도 전체 크루즈선은 연간 600회, 관광객은 12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 관계자는 “내년 7월 이후 10만t급 이상 크루즈선의 민군복합항 입항 일정을 신청받고 있으며, 신청 접수가 마감되면 올 상반기에 내년 크루즈 입항 일정을 확정할 예정” 이라며 “크루즈 관광객의 승하선과 이동시설 등 각종 지원시설 설치를 내년 3월까지 완료한 후 시범 운영을 거쳐 7월에는 대형 크루즈선이 민군복합항에 접안하는 등 민항이 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주기지는 도서 영유권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싸고 주변국과 해양 분쟁이 발생할 때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까지 한중 양국은 이어도 관할권을 둘러싸고 이견을 빚고 있다. 제주기지와 이어도의 거리는 176㎞밖에 안되지만 중국 닝보항과 일본 사세보항은 각각 398㎞, 450㎞나 떨어져 있다. 제주기지의 출범은 이어도에서 해양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리 해군 함정이 주변국 함정보다 먼저 출동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제주 남쪽 해역에 광대한 해양자원이 매장돼 있다는 점도 제주기지의 전략적 가치로서 중요한 요소다. 이 해역은 우리나라가 2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72억t과 원유 100억∼1000억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해양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민군복합항 완공까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공사가 완공됨에 따라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는 문제가 과제로 남았다.
민군복합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다른 지역에서 시위를 전문적으로 하던 일부 활동가들과 이념단체들까지 가세해 공사를 반대하면서 전국적 관심사로 비화됐다.
대법원이 2012년 7월 해군기지 건설은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반대세력은 공사장 차량 출입을 막는 등 불법시위로 맞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연인원 700명에 달하는 마을 주민과 반대 활동가 등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부과된 벌금만 현재까지 392건·모두 3억7970만원에 달한다. 건설사들의 손실도 수백억원에 달해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은 해군에 각각 200억원 이상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청와대 등에 건의하기도 했으나, 강정마을회가 이를 거절했다.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단행한 지난해 8월 강정마을 주민을 사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군복합항 준공을 계기로 마을 발전이 뒷받침되고,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화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