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1952년생 동갑에 성균관대 입학동기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들은 모두 400조원대 규모의 금융지주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도약이라는 공통 과제도 짊어지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화를 위해 나아가는 방향은 같다.
하지만 은행원과 관료 출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식은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회장은 1981년 서울은행 입사를 시작으로 하나은행 지점장부터 총괄 본부장, 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두루 거쳤다. 뼛속부터 은행원이다. 업계에서는 그를 '영업통'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김 회장의 성향은 올해 첫 인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은행원 시절부터 특유의 친화력과 세심함으로 영업현장을 누볐다. 매년 신년사에서 고객에 서비스를 강조하는 만큼, 본인만의 노하우로 고객을 포용하고 이를 곧 실적으로 연결시켰다.
이 같은 그의 강점은 하나금융의 회장직에 올랐을 때에도 빛을 발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이 바로 그 것. 당초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거센 반대로 통합에 차질을 빚었지만 두 은행의 '영업 시너지'를 강조하며 통합은행을 출범시키는 뚝심을 발휘했다.
통합은행 출범 이후에도 김 회장은 영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금융권 최초 통합 멤버스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개발했다.
이처럼 쉬지 않고 밀어 붙이는 스타일로 인해 내부 직원들은 다소 피로감을 느낄 때도 많다. 하지만 '성과'라는 달콤한 결과를 창출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뚝심을 따라갈 자는 없다"며 "영업현장에 오랫동안 몸 담아 온만큼 통합 후 시너지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내부 소통, 현장도 소통…관료출신 소통왕 김용환 회장
김정태 회장과 달리 김용환 회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농협금융을 맡았다. 1980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김용환 회장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쳐 금융감독원 수석부행장,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은행장을 역임했다.
관료 출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실제로 그는 수출입은행장 시절부터 직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CEO로 유명하다. 실무부서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해피 바이러스 제도', 직원들과 행장실에서 직접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 하는 '오픈 하우스 제도'도 실시했다.
이 같은 소통경영은 농협금융에서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취임 후 본부 부서장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간담회를 개최하고, 이후에는 지주 계열사 직원대표들을 초청해 소통 릴레이 '열린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전국의 수많은 영업점을 일일이 방문하는 등 현장 목소리도 들었다.
그는 "지속적인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형식과 관행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농협금융의 체질을 개선하고 실무자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보수적일 것이라 예상되는 관료 출신의 경영방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수출입은행 직원들은 물론 현재 그가 수장직을 맡고 있는 농협금융 내부에서도 그는 여전히 '소통왕'으로 불린다. 심지어 금융권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김용환 회장은 '프렌들리한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 글로벌 도약 목표…승자는?
김정태 회장과 김용환 회장이 올해 공동으로 제시한 목표는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이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하나금융과 해외진출의 본격 시동을 거는 농협금융은 첫 시작이 다르다. 때문에 두 수장의 노하우가 어떻게 해외 사업에 접목될 지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은 전세계 24개국에 134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하나금융의 강점을 내새워 올해 '글로벌 톱50'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의 야심작인 '하나멤버스'와 '원큐' 브랜드를 활용한 해외진출도 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하나멤버스 제휴를 추진하고 있으며,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원큐 뱅크'는 이미 캐나다에서 먼저 선보였다.
또한 해외사업 영역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인해 더욱 강력한 해외진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2025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김용환 회장은 금융과 유통을 아우르는 범 농협의 인프라를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첫 조직개편에서는 글로벌전략국을 신설해 글로벌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추진을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던 그의 노하우가 농협금융의 해외진출에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1952년 부산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하나은행 부행장·부행장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 겸 하나금융그룹 가계금융 Business Unit 대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1952년 보령 ▲서울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벤더빌트 대학원 석사 졸업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 졸업 ▲행정고시 23회 합격 ▲재무부 증권정책과 사무관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