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중권 기자 =하이에나. 초원의 청소부나 약탈자로 불린다.
주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나 사바나 등지에서 서식한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이들은 서열이 엄격하고 가족단위 구성이 탄탄하다.
다큐나 ‘동물의 세계’에서 사냥하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광활한 초원에서 사냥감을 정하면 무리의 하이에나들이 편대를 나누어 뒤 쫓는다. 사냥감이 지칠 때 까지.
궁지에 몰린 사냥감이 막다른 골목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지쳐 기진맥진할 때 목덜미를 물어 제압한다. 산채로 사냥감을 뜯어먹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추악하고 잔인한 동물로 상징된다. 물론 동물의 본능이다.
최근 세종시의회에서 벌어진 사태가 흡사 사바나의 정글 같다. 다른 면이 있다면 사냥감이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선배라는 점이다.
임상전 시의회 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자 보복의 대가로 사냥감으로 정했다. 더 민주당 소속 의원 8명 전원이 편대를 나눠 사냥감 몰이에 나선다.
윤형권 부의장 박영송, 의원 등 5명이 임 의장 탈당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배신자”운운하며 큰 먹이의 사냥감몰이에 앞장섰다.
‘의장 불신임결의안’이라는 카드로 사냥감(임 의장)을 옥죄게 하는 절대적 무기를 만들었다. 더민주당 무리는 사정권 안에 든 사냥감을 목덜미 까지 쫓는다.
사바나(세종시)의 어스름한 밤, 윤형권, 안찬영 두 무리가 행동에 나섰다. 사냥감 집을 찾았다.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기위해서다. 이들은 당과 이해찬 의원 등이 최종 협의, 조율(당론)한 명분으로 이빨을 들이 댔다. 우두머리와 상의된 결정이라며 회유와 압박을 가한 것.
이 과정에서 윤형권 부의장이 사냥감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의장직 권한’을 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제안이다. 무려 1시간 30분가량 쫒기다 지친 노년(73)의 사냥감은 생각할 기회를 달라며 서러움에 치를 떨어야 했다.
다음날 사바나의 날이 밝았다. ‘의장불신임안’ 제출 상정을 놓고 새누리당과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다수당의 무리들은 거세게 밀어붙였다. 정회와 속개, 막말과 고성에이어지는 추태. 참다못한 방청객들이 야유와 항의. 제35회 임시회가 사상 유례없는 오점과 얼룩으로 기록되는 순간이다.
윤형권, 박영송, 두 의원이 앞장서 회의를 지켜보는 산 사냥감(임 의장)을 물어뜯는다. 5분 발언이라는 강력한 이빨이다. 생선까지 손에 들고 ‘배신행위’ 퍼포먼스까지 벌인 윤 부의장. 하이에나의 사냥이 성공으로 끝이 날 무렵, 반전의 카드가 회의장을 돌았다. 이른바 ‘의장포기각서’다.
이 흉측한 사냥무기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추악한 계략이 폭로되면서 늙은 사냥감은 죽음의 문턱, 후배와 동료들에게 살을 찢기는 수모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다음날, 안원종(59) 전 이춘희 시장후보 선거대책 공동위원장 등 당원들이 더민주당을 탈당했다. 안 전위원장은 “같은 당 소속 윤형권, 박영송 의원의 5분 발언 등을 지켜보았다. 임 의장의 인격살인과 패륜정치의 단면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고 격분했다.
또 그는 “이번 사태는 ‘세월호’참사 때 있은 ‘폭탄주’사건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국회의원인 이해찬 의원이 이 사건에 개입된 조직적인 사태에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바나 정글에서 하이에나 무리의 천적은 사자다. 간혹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놓고 사자와 경쟁하다 처절한 죽임을 당한다. 세종시의회 하이에나의 천적은 유권자와 깨어있는 시민의식이다.
안 전 위원장은 “이제시민들이 깨어 나서야할 때”라며 의지를 다진다. 그는 ‘주민소환제로’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로 탈당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각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