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무리뉴에서 안첼로티까지···첼시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

2016-02-18 17:29
  • 글자크기 설정

조세 무리뉴 감독 [사진=첼시 페이스북]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지난 17일 스페인의 한 매체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첼시 행을 전격 보도했다. 하지만 곧 다수의 매체에서 이를 일축하는 시메오네의 입장을 전하며 단순한 해프닝에 머무르게 됐다. 이외에도 다수의 유능한 감독들의 첼시행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첼시와 구단주 로만 아브라히모비치가 원하는 검증된 명장들의 선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첼시 감독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상급 선수를 영입해주고, 좋은 시설과 코칭 스태프를 갖췄지만 그만큼 기대가 크다. 구단주 아브라히모비치가 인내심이 없는 것은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욕심도 많고 약간의 부진도 용납하지 못한다. 2003년 아브라히모비치가 부임한 이래 무려 9명의 감독이 첼시를 거쳐 갔다. 이들 중 3년 이 상 집권한 이는 1기(2004년 6월~2007년 9월) 조세 무리뉴 밖에 없다. 9인 중 몇몇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지만 대부분 훌륭한 성적을 거둔 유명 감독이었다. 이들은 잠시의 부진과 한 번의 우승 실패에도 가방을 싸야했다.

아브라히모비치 체제의 1호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는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리빌딩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훗날 팀의 뿌리가 되는 프랑크 램파드와 존 테리를 영입하는 업적을 세웠다. 라니에리는 2003/2004 시즌 팀을 이끌며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됐다. 당시 리그 우승팀은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강의 팀으로 불리며 ‘무패 우승’ 대업을 달성한 아스날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첼시에서 경질됐던 라니에리가 맡고 있는 약체 레스터시티는 리그 선두를 달리는 돌풍을 일으키는 반면 첼시는 리그 12위에 그치고 있다.

첼시는 라니에리의 후임으로 FC 포르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혜성처럼 등장한 조세 무리뉴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무리뉴는 라니에리가 닦아 놓은 기반위에서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4/2005, 2005/2006 시즌 리그 2연패를 달성하고 컵 대회 2개에서 우승하는 등 첼시를 강력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심지어 경질된 2006/2007 시즌에도 리그컵, FA컵을 우승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브라히모비치는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한 그가 감독으로써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경질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사진=첼시 페이스북]

2009-2010 시즌 첼시에 리그, FA컵 2관왕을 안긴 카를로 안첼로티도 끝이 좋지 않았다. 부임 기간 동안 무려 61%의 승률을 기록, 100경기 이상을 치른 첼시의 모든 감독 중 가장 좋은 승률을 기록한 안첼로티는 2010/2011 시즌 우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또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경질 이후 감독 대행으로 시작해 구단에 창단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기고 FA컵 우승까지 한 레전드 선수 출신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도 2012-2013 시즌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안첼로티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맡아 팀의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첼시의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이후 선임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부진하자 아브라히모비치 구단주는 ‘첼시의 퍼거슨’을 만들어 주겠다며 다시 무리뉴 감독을 불러왔다. 무리뉴는 첼시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가족들을 런던으로 데려오며, 장기적인 플랜을 구상했다. 이에 2년차인 2014/2015 시즌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트로피를 차지하는 등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원하는 선수의 수급이 원활이 진행되지 않았고, 경기력 하락에 이어 선수들의 태업 논란이 겹치며 팀의 순위가 강등권까지 하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보통 이런 경우 구단주는 태업 선수를 조사해 내치고 감독을 신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스타 선수가 팀의 위에 있고, 팀을 이끄는 감독의 권위가 살지 않으면 이어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며 수많은 성공을 이끌어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역사도 감독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준 구단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퍼거슨은 팀의 슈퍼스타였던 베컴을 팀워크를 해친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내친 바 있고, 구단도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과거 구장에 눈이 쌓여 경기를 못 치를 지경에 이르자 구단주까지 총 동원해 구장에 쌓인 눈을 치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수가 아닌 무리뉴를 내치고, 감독의 의견보다는 구단 운영진의 결정을 존중한 첼시의 행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더군다나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꼽히고, 이런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퍼거슨도 매년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하진 못했다. 그는 30년 가깝게 맨유를 이끌며 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달성했다. 팀을 이끌고 참여한 리그에서 반도 안 되는 시즌에서만 우승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0년 간격으로 겨우 2번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그럼에도 퍼거슨과 맨유는 세계 최고의 감독과 구단으로 인정받았다.

만일 아브라히모비치가 팀을 매년 리그에서 우승시키고, 종종 챔피언스리그 트로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감독을 원한다면 신을 데려와야 한다. 전술 운영과 선수 훈련이 과학적으로 발전된 현대 축구에서, 그것도 빅리그 중 가장 평준화 돼 치열한 EPL에서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감독은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기대와 부족한 인내심 속에서는 디에고 시메오네가 아니라 그 누가 와도 감독직을 3년 이상 유지할 수 없다. 퍼거슨과 같은 전설적인 감독을 만들고 맨유와 같은 역사를 쓰려면 바꿔야 할 것은 감독이 아니라 구단과 구단주의 태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