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 지난해 2월 인천공항세관은 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식물성 마약 카트(khat)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알고 보니 케냐에서 발송된 항공화물(뮌헨·두바이 경유)에 시가 55억원 상당의 마약이 들어있던 것. 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카치논(Cathinone)’을 함유한 식물로 동아프리카가 주산지다.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된 해당 마약은 국제우편을 통한 미국 밀수출 과정에서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 지난해 11월에도 인천공항에 도착한 중국 특송화물을 대상으로 엑스레이(X-ray) 검사를 펼치던 도중 이상음영이 포착됐다. 세관 측이 정밀검사에 나선 결과, 시가 29억원 상당의 필로폰 971g을 적발할 수 있었다. 이는 3만2000여명이 동시에 투여할 수 있는 분량으로 알루미늄 재질의 공작기계(바이스) 내부에 은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처럼 필로폰 밀반입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마약 밀수가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세청이 공개한 ‘2015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적발된 마약류는 91.6kg(시가 2140억원 상당)이다. 건수로는 전년보다 6% 늘어난 총 325건을 기록했다. 중량과 금액 수준도 각각 28%, 42%씩 급증했다.
이 중 필로폰이 72kg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대마(12.1kg)와 합성대마 등 신종마약 6kg 등의 순이다. 특히 필로폰의 경우는 24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문제는 마약류 이동경로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중국·홍콩에서 들어오던 마약류는 캐나다와 중동·아프리카까지 확대되는 등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 특송화물로 위장하는 소량 밀수도 1년 전보다 81% 증가한 추세다. 우편물, 특송화물 등을 이용한 전통적 밀반입 외에도 전과가 없고 돈이 급한 사람을 이용하는 수법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수입화물과 선원을 통한 마약 밀수도 2014년 260그램에서 지난해 52킬로그램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관세청은 마약류 밀반입의 다변화가 계속될 수 있다고 판단, 주요 공항‧항만 세관에 마약탐지기, 탐지견 등 마약류 밀수 단속기반을 정비·확충키로 했다.
밀수 경로별 은닉수법·반입경로·단속기법 등에 대한 특별교육을 통해 마약류 밀수 우범분야에 대한 적발역량도 강화한다.
황승호 관세청 조사감시국 과장은 “‘마약 위험관리포탈’을 새로 구축해 마약 우범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할 것”이라며 “마약류 불법거래 사이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마약류의 국내 밀반입을 관세국경에서 원천 차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