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을 사들이기 직전까지 갔던 작년에도 오릭스 측은 외국계 자본이라는 점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오릭스는 여전히 현대증권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이번 재매각 과정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4일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 고위관계자는 "아직 현대증권 재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다만 여론이 안 좋고, 앞서 인수를 한 차례 철회한 바 있기 때문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다시 인수작업에 들어간다면 국내 PEF와 파트너십을 맺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전면에 우리 토종 자본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최근 오릭스와 현대그룹 간 파킹딜 논란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종지부를 찍었다. 파킹딜 자체가 불법이 아닐 뿐 아니라, 현대그룹이 100% 되사오는 조항이 없다면 파킹딜에 해당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오릭스 측이 철회 전력 탓에 부담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당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만큼 현대증권을 다시 사들이는 데 실질적인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3일 현대증권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자 찾기에 나섰다. 인수의향서(LOI) 접수기한은 오는 29일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새 주인은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밀린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를 앞둔 메리츠종금증권, 파인스트리트그룹이다.
현대그룹은 과거와 달리 우선매수권이나 콜옵션을 포기하고, 진성매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오릭스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이미 진성매각을 추진해왔다"며 "현대증권 자체가 재무적으로 튼튼한 회사이고, 우발채무도 없는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주가는 매각에 실패했던 작년 10월 한 달 동안만 9%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사흘 만에 약 5% 뛰었다. 증권업종 전반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매각 소식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